“내 딸을 팝니다” 페이스북 경매로 나온 16세 남수단 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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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마켓사이트에 표시된 페이스북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표시된 페이스북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리카 남(南)수단의 한 소녀가 페이스북에 올려진 경매 게시문을 통해 신붓감으로 팔려나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1일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페이스북에는 남수단에 사는 16세 소녀를 신붓감으로 내놓는 경매 게시문이 올라왔다. 이글은 마을 사람 중에서 누군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어린이 인권 보호 운동을 펼치는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을 통해 확인됐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이 소녀의 페이스북 경매에 5명의 남성이 참여했고, 그중에는 남수단 정부의 고위관리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 소녀의 아버지는 딸 몸값으로 암소 500마리, 자동차 3대와 1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은 이 글을 확인하자마자 삭제했지만, 소녀는 이미 누군가에게 팔려간 뒤 결혼까지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 매체가 인신매매 등을 통한 가난한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의 조지 오팀은 "오늘날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서 구매 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첨단 기술을 야만적으로 쓰는 것은 현대판 노예시장을 연상시킨다"고 개탄했다.

성평등 운동 단체 '이퀄리티나우'의 아프리카 지역 활동가 주디 기타우도 "수단에서 계속 이슈가 되는 여성인권 침해가 늘어나도록 페이스북이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문제"라며 여성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게 모니터링에 더 많은 인적 자원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측은 문제가 됐던 신붓감 경매 게시문은 10월 25일부터 15일간 올라와 있었다고 설명하며 "우리는 포스팅은 물론이고 광고 등 어떤 형태의 인신매매 관련 내용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논란을 일으킨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이를 올린 계정을 영구히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또 "모니터링 요원을 3만명 이상으로 2배 늘리고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는 등 우리의 계정 운영정책에 어긋나는 콘텐트를 찾아낼 방법들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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