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한 류현진이 밝힌 다저스 재계약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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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류현진-배지현 부부. [연합뉴스]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류현진-배지현 부부. [연합뉴스]

청의환향(靑衣還鄕).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1)이 비단 옷 대신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월드시리즈란 최고의 무대를 밟은 류현진의 표정은 말 그대로 환했다.

류현진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사타구니 부상 여파로 15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나간 경기에선 호투를 이어갔다.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 특히 시즌 막판 팀의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류현진은 2014년 이후 4년 만에 가을 야구도 경험했다. 디비전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까지 총 4경기에 선발로 나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21을 기록했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하는 영예도 누렸다.

아내 배지현 아나운서와 함께 한국으로 온 류현진은 "지난해엔 월드시리즈에 등판하지 못했다. 의미있는 한 해였다. 중간에 부상을 당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박찬호 선배도 팀을 잘 만났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좋은 팀에서 뛴 덕을 봤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등판한 류현진. [AP=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등판한 류현진. [AP=연합뉴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18회 접전 끝에 승리했다. 다저스는 당시 투수를 모두 기용해 2차전 선발로 나섰던 류현진을 마지막 카드로 꺼낼 예정이었다. 류현진은 "20회가 되면 들어가기로 했다. 불펜에서 대기했는데 불펜 투구는 하지 않았다. '잘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 경기를 이기면서 우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더 던질 기회가 오지 않아 아쉽다. (2-1로 앞선 5회 2사 1,2루)위기를 잘 넘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올해가 류현진에게 중요했던 건 2013년 다저스와 맺었던 6년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에게 다저스는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했다. QO는 MLB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을 받는 1년 재계약이다. 고민 끝에 류현진은 QO를 수락하고, 1년 뒤 다시 FA 시장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올해 QO 수락선수의 연봉은 1790만 달러(약 203억원)이다.

류현진은 "몸 상태를 포함해 모든 면에서 자신이 있었다. 1년 계약에 도전한 것이다. 내 몸이 좋기 때문에 내년에 기회가 더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대리인 스캇 보라스와도 면밀한 상의를 거쳤다. 류현진은 "에이전트가 비슷한 선수들의 사례를 보여줬고, 시장 상황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몸 상태에 자신이 있다. 내년에 잘 던져 FA 계약을 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몸 상태에 자신이 있다. 내년에 잘 던져 FA 계약을 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엔 "100점은 아니다. 그래도 부상을 뺀 다른 점은 괜찮았다. (슬라이더를 포함한)모든 구종을 잘 제구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했다. 새 구종 장착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류현진은 그동안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투심 등을 차례로 익혀 사용했다. 류현진은 "이제는 더 새로운 구종을 익힐 생각은 없다"고 웃었다.

류현진의 친정 팀인 한화 이글스는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이 뛰던 2007년 이후 11년 만의 가을 야구에 나섰다. 류현진은 "선수들과 감독님과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축하 인사를 했다.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올라가라고 응원했는데 아쉽다"고 미소지었다.

류현진은 1년 더 다저스에서 뛰며 팀 우승과 FA 대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도전한다. 류현진은 "휴식을 취한 뒤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재활훈련을 하고 싶지 않다"며 "후회 없는 1년을 보냈다. 중요한 것은 내년이다. 좋은 제구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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