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이 취미냐” “지병 수준” 야당 성토장 된 민주당 회의

중앙일보

입력

2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은 대야(對野)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지난 19일부터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부터 각 상임위원회 예산 심사와 법안 심사가 올스톱(all stop)됐다”고 운을 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국회 보이콧인지 묻고 싶다.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감사원 감사를 지켜본 뒤에 논의하자는 것이 보이콧의 이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명분 없이 국회를 파행시키면서 그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고 있다”며 “국회를 오로지 자신의 정쟁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태는 결코 정당한 정치투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와 국민의 발목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야합으로 잡아당기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이 ‘잡아야합’이라고 얘기들을 한다”며 “오로지 자신 이익만을 위해 똘똘 뭉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국회 발목만 잡아채는 하나의 당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명령으로 민생법안 90개가 본회의에 묻혀있고, 예결산 가동도 중단돼있다”며 “당장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정애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이쯤 되면 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걱정된다. 취미가 국회 보이콧이냐”며 한국당을 정조준했다. 한 수석부의장은 “20대 국회 들어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한 게 이번까지 15번이다. 20대 국회 개원한 지 29개월 동안 두 달에 한 번꼴인 셈”이라며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경미 당 원내부대표 역시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이 취미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지병인 거 같다”고 거들었다. 그는 “(한국당이) 어제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유치원 회계관리 시스템을 중단시켜 사립유치원 비리를 방치했다며 교육 당국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의 밑도 끝도 없는 의혹 제기가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손피켓을 들고 고용세습 및 사립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손피켓을 들고 고용세습 및 사립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비슷한 시각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화살을 여권에 돌렸다. 김 원내대표는 향후 대여(對與) 투쟁 방향을 가다듬기 위해 이날 오전에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일방통행식 무대뽀 정치로 국회의 내년도 예산 통과를 막으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현 정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거추장스러운 눈엣가시 정도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처럼 의회정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폭거를 스스럼없이 자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 예산안을 그대로 처리하겠다는 저의를 갖고 제대로 된 예산 심사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직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 모여 고용세습 및 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고용세습 국정조사 외에도 야당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사과와 함께 조국 민정수석 해임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야당의 요구에 수용 불가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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