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체복무 27개월 넘겨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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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9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9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국방부가 마련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안에 국가인권위원회가 19일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국방부장관을 찾아와 만난 자리에서다. 국방부 안에 인권위가 반대함에 따라 대체복무제안은 정부 내의견 조율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교정시설 36개월’ 국방부안 반대 #최영애 위원장, 국방장관 만나 #“징벌적 제도될 수 있어” 우려 표명 #복무 영역도 다양화해달라 요청

국방부는 당초 36개월 동안 교정시설에서 합숙을 통해 대체복무를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27개월간 교정 또는 소방시설 대체복무라는 2안도 만들었지만 내부적으론 1안을 국방부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복무 기간은 육군 현역병 기준(18개월) 1.5배인 27개월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기준과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하면 자칫 징벌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최 의원장은 앞서 지난 7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도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개념으로 만들어져선 안 된다”며 “정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2015년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 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제를 선택하도록 권고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심사기구 설치를 놓고서도 최 위원장은 국방부 산하가 아닌 제3의 기관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측은 “국제인권기구에서도 (한국의 대체복무제 안에) 주목하고 있음을 유의해 달라고 국방부에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이미 국방부가 1안으로 검토하는 대체복무제안(36개월 교정시설 합숙)이 공개된 상황”이라며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단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선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조화되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방부 내부적으로는 복무 기간을 36개월보다 더 줄일 경우 형평성 논란을 부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군법무관·군의관 등 다른 대체복무 기간이 34~36개월인데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보다 더 짧게 대체복무 기간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복무분야를 교정시설 외로 다양화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소방시설의 경우 현역병 대상자들이 이미 의무소방이라는 이름으로 복무하고 있어 대체 복무자에게 우선권을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3의 기관에 심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은 관련 정부 기관들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쉽지가 않다. 국방부는 이미 심사기구를 국무총리실, 법무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대안을 검토했지만 이들 부처는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피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검토하는 대체복무제안은 최선이라기보다 차선을 고려한 것”이라며 “시민사회와 야권은 물론 정부 내 요구까지 모두 충족할 수 없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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