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대책 원칙 지키되 현실에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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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동산 세제를 현실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이제 와서 8.31대책이나 3.30대책의 골간을 뒤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칫 또 한 차례 부동산 거품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민심 이반이 분명히 확인된 상태에서 "부동산 정책은 절대 안 바꾼다"며 고집을 피우는 것도 잘못이다. 정책 기조를 지키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할 곳이 적지 않다.

우선 부동산 거래세를 인하해 시장에 물꼬를 터주면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금 장벽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검증이 끝난 사실이다. 더 좋은 집이 더 싼 값에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야 매물이 나오고, 달아오른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나 1가구 1주택의 고율 양도세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위헌 여부에 대해 이른 시간 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정책을 확 바꾸는 새로운 실험은 무리다. 지난 3년간의 후유증을 수습하기에도 빠듯하다. 이런데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책임공방을 벌이며 내분을 빚는 것은 정말이지 꼴사납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여기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더 이상 분노와 실망을 안기기에는 그동안의 잘못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