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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몇분이라도 쌍둥이 자녀가 갈망하는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9)

공원에서 둘이 노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참 좋은 친구를 만들어줬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중에 나와 남편이 먼저 떠나도 둘이 잘 의지해 살아갔으면 좋겠다. [사진 임지연]

공원에서 둘이 노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참 좋은 친구를 만들어줬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중에 나와 남편이 먼저 떠나도 둘이 잘 의지해 살아갔으면 좋겠다. [사진 임지연]

지난번 글에서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둘, 셋 부모는 대단하다’고만 적었다(관련 기사: 치열한 미션의 연속… 모든 '독박 엄마'들에게). 아뿔싸! 깜빡했다. 쌍둥이 부모!

쌍둥이 부모도 형제·자매를 낳은 부모 못지않게 고민이 많을 거다. 둘 사이 경쟁, 비교, 우선순위 등등. 문득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의 고민도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원 후 놀이터는 필수코스다. [사진 임지연]

하원 후 놀이터는 필수코스다. [사진 임지연]

세돌 하고 반년쯤 지난 남녀 쌍둥이를 키우는 친구 지연이는 성격이 정반대인 아들과 딸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달라서 고민이라고 했다. 아들은 외향적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다. 딸은 표현도 잘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힘들어한다.

그래서 놀이터에서 함께 놀더라도 항상 딸을 위주로 챙겼다. 아들이 놀다가 넘어지거나 다치면 “괜찮아~ 일어나, 아들. 별로 안 아프지? 씩씩하네!” 하고 지나갔다. 반면 딸은 항상 안고 있거나 늘 옆에서 같이 놀았다.

지연이는 “‘친구랑 이거 해봐~’ ‘친구야, 이거 같이하고 놀래?’ 하고 노는 방법을 알려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직접 놀아줬더니 딸은 점점 더 아무것도 안 하고 내 옆에만 붙어있게 됐다”며 후회했다. 심지어 친구가 먼저 다가와도 딸은 어울려 놀지 못했다.

집에서는 그렇게 아웅다웅 싸우면서 어린이집에 가면 저렇게 둘이 옆에 붙어 잘 논다고 한다. 가끔은 서로를 먼저 챙기기도 한다고. [사진 임지연]

집에서는 그렇게 아웅다웅 싸우면서 어린이집에 가면 저렇게 둘이 옆에 붙어 잘 논다고 한다. 가끔은 서로를 먼저 챙기기도 한다고. [사진 임지연]

지연이가 친구 엄마랑 얘기하느라 잠시라도 관심을 둬 주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딸과 달리 아들은 씩씩하게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화를 많이 내기 시작하고, 여동생에게 공격적으로 대했다. 지금은 친구들에게까지 공격적인 아이가 됐다.

그런 모습을 보는 지연이는 아들을 혼내거나 무섭게 대했다. 이렇게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며 그는 고개를 떨궜다.

지연이는 아직 정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랐으니 이제 딸에게만 두던 시선을 아들에게도 줘야겠다, 아들의 마음도 좀 더 느껴보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로 “아프겠구나” “속상하고 힘들지?” 하며 눈을 마주쳐주고 안아줬더니 공격적인 모습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단다. 그는 “아들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키즈카페에 가면 둘만 있는 공간에서도 잘 논다. 쌍둥이라 힘든 점도 많지만, 둘이 잘 놀 때는 또 다행이다 싶다. [사진 임지연]

키즈카페에 가면 둘만 있는 공간에서도 잘 논다. 쌍둥이라 힘든 점도 많지만, 둘이 잘 놀 때는 또 다행이다 싶다. [사진 임지연]

딸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책을 자주 보여준다고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친구들과 지내다 힘든 상황에 부닥치면 울거나 혼자 속상해하지 말고 자꾸 말할 수 있게 유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딸을 과잉보호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켜봐 주고 알아주고 돌아와 기운을 얻어가는 그런 존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딸 사이 과잉보호와 방임의 중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랑을 주려고 적정선을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하는 지연이 본인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미 찾은 듯했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도움말: 김수림 허그맘 마포점 원장(임상심리전문가)

쌍둥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어떻게 해야할까? [사진 pixabay]

쌍둥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어떻게 해야할까? [사진 pixabay]

쌍둥이 아들과 딸을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괜찮을까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성별이 다르고 기질까지도 다르다면 똑같은 양육 태도로 대하기가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양육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아이를 대하는 양육 태도는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외향적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감정을 과격하게 표현하는 아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공격적인 방식이 아니라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겠죠. 반면에 수줍음이 많고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딸에게는 긴장하고 불안했던 감정을 읽어주고, 친구에게 다가가고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두려웠지만 친구에게 표현하고 온 날에는 더 많이 격려해주고요. 다만 두 아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양육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두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판단이나 조건 없이 그 자체로 존중하고 수용 받은 경험을 한 아이들은 본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씩씩하게 울지 않았을 때’ ‘친구들과 잘 놀았을 때’ ‘엄마 말을 잘 듣는 모범생 모습을 보일 때’에만 애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항상 그 존재 자체로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죠.

산고 끝에 처음 내 품에 아이를 안았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그냥 그 존재 자체가 감동이었고 나를 보고 예쁜 짓을 하지 않아도 그저 사랑스러웠던 눈빛으로 우리는 아이를 바라봤죠. 그때 내가 아이에게 줬던 시선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두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기질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빛나게 갈고 닦으면서 성장할 것입니다.

쌍둥이여서 똑같이 사랑을 줘야 할 것 같은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거의 비슷한 발달을 하는 쌍둥이를 키우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둘 다 원하는 것을 동시에 채워줘야 할 때죠. 태어난 그 순간부터 대부분의 일과를 함께하는 쌍둥이는 커가면서 서로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존재가 되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 좌절을 서로에게 안겨주게 됩니다.

둘 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같을 때도 잦겠죠. 쌍둥이 엄마 입장에서는 ‘내 몸이 두 개였으면’ 하는 나날이 많을 겁니다. 슬프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두 명의 욕구가 동시에 충족될 수 없기에 한 명은 좌절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동시에 똑같이 사랑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애정을 번갈아가면서 주는 원칙을 만들어야겠죠. 무엇보다 신중해야 할 것은 좌절한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좌절은 성장에 필수적이기에 좌절할 일을 부모가 다 막아주는 것보다는 좌절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고 배울 수 있고, 아이의 좌절감을 보듬어주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쌍둥이 부모는 평소 일상에서 두 아이를 공평하게 대하려고 애쓰다 보니 오히려 두 아이 모두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각자 엄마와 데이트 시간이나 특별한 놀이시간을 일주일에 1번 이상 만들어서, 그 시간만큼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느끼고, 좌절을 극복할 때 필요한 정서적 에너지를 충전할 겁니다.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는 이름과 연락처를 꼭 알려주세요. 사진과 사진 설명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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