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차 또 압박 … “과다보유 현금, 주주에게 돌려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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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엔 현대차그룹에 초과자본 주주 환원을 요구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4일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이사진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서신을 발송했다.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서신 발송 #비핵심자산 투자 재검토 요구도 #8월엔 지배구조 개편안 좌초시켜 #회사 측 “서신 관련 공식입장 없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콘웨이맥켄지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초과자본 상태라고 주장했다. 콘웨이맥켄지 보고서는 ▶현대자동차 8조5833억~9조9053억원 ▶현대모비스 4조1554억~4조6226억원의 잉여현금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너무 많은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주주에게 배당 형태로 되돌려주는 돈이 적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그룹 압박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

현대차그룹 압박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4일 현재 잉여현금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올해 현대차·현대모비스가 투입할 현금을 계산한 방식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콘웨이멕켄지 스스로도 “이번 보고서는 공개된 재무 데이터를 기초로 하지만, 미국공인회계사협회 기준에 따라 조사·검토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투자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는 보고서”라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이 비핵심 자산에 투자하는 돈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은 서울 삼성동 옛 한전 사옥 부동산에 10조5500억원을 투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투자를 전략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또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엘리엇 등 다른 주주들과 협업하라는 요구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라고 제안했다. 결국 일부 주주들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통해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 등 주주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 서한은 향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들을 설득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작업”이라고 해석했다.

엘리엣매니지먼트의 요구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공식 입장이 없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8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배구조 개편 반대에 앞장서면서 개편안이 좌초했다.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재 현대차그룹 지분 보유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그간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자동차 지분 3.0%와 기아자동차 지분 2.1%,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봤을때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금까지 약 2470억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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