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수퍼카 중고차시장에 내놔…몰수 우려한 현금화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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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9일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연합뉴스]

폭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9일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연합뉴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구속되기 전 몰고 다니던 수퍼카 등 고가의 수입차를 최근 중고차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서울의 한 중고차 시장은 이날 오전부터 양 회장의 수퍼카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어수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딜러 A씨는 “최근 신차 가격이 7억원을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 차량을 매입하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확인해 봤는데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양 회장 차라는 걸 알고는 매입하지 않았다”라며 “범죄와 연관된 차량을 매입했다가 나중에 송사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찝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등록된 이 차량은 주행거리가 5000㎞밖에 되지 않는 신차급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중고차 시장에서는 양 회장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가 목격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양 회장은 회사나 지인 명의로 수퍼카를 포함 차량 10여대를 몰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경찰에 체포되기 전 도피 생활을 할 때는 억대의 볼보 SUV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양진호가 몰던 차량. 왼쪽부터 롤스로이스 팬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볼보 XC90 [연합뉴스]

양진호가 몰던 차량. 왼쪽부터 롤스로이스 팬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볼보 XC90 [연합뉴스]

양 회장이 아직 기소도 되기 전 고가의 차량을 처분하는 것을 놓고 범죄수익금으로 몰수될까 봐 현금화해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한 관계자는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금에는 합법적인 돈과 불법적인 돈이 섞여 있다”며 “애초 차량을 구매한 돈이 범죄로 얻은 수익금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해서 지금 현재로써는 차를 처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추후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서 범죄수익금이라는 게 드러나면 차량은 몰수할 수 없지만, 매매대금을 추징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회장이 과거 마늘밭 뭉칫돈 사례와 같이 차량 판매대금을 모처에 숨겨놓는다면 추후 추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는 도박 수익금 109억여원이 땅에 묻혀 있다가 발견되기도 했다.

반면 궁지에 몰린 현 상황에서 해결책을 구하려고 현금화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변호사비 등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회삿돈에서 끌어다 쓰면 횡령죄가 추가되므로 사치품부터 팔아치우는 것이란 설명이다.

한 현직 검사는 “지금 양 회장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대부분의 범죄자가 일반적으로 고가의 차량부터 팔아치워 현금을 마련한다”라며 “양 회장의 경우는 횡령 혐의도 받고 있어 추후 양형에 반영되도록 차 판매대금으로 횡령액을 메우려 하는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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