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사라지는 장인 … 전통 기술 살리기 묘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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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의 지역문화운동을 연구한 고려대 서연호 교수는 "일본에선 장인들이 전통 문양이나 색감을 유지하면서도 기술은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고품질의 상품을 내놓는다"며 "팔릴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옹기를 개량해 3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이학수(53)씨가 본보기다. 그는 현대 생활에 맞는 옹기를 고안해냈다. 장독을 굽던 가마에 작은 김치단지와 식탁용 접시를 넣었다. 냉장고용 식기, 찻잔 세트, 정화수 항아리…. 다양한 옹기 제품은 웰빙 바람을 타고 히트를 쳤다. 이씨는 옹기제작 체험실도 열었다. 전남 보성에 있는 그의 전시장은 녹차밭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수요가 있는 분야는 현대화와 판로 개척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갖게 하고, 쓸모가 없어졌지만 보존해야 할 기술은 국가가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장인들을 모아 관광 단지화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장열 서울시 문화재위원은 "지역별로 전문 공예 단지를 조성하면 판로가 생겨 기술도 보존되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김동학(전통장 보유자) 이사장은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조각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듯 기업이 외국인 방문객을 맞는 곳에 전통 공예품을 전시해두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회에서도 전통 공예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전통공예산업 진흥 법률안'은 공예 분야 창업 촉진과 자금 융자 확대, 지역별 전통공예촌 지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중국산 기념품이 인사동에 깔려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전통 공예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문영철 사무관은 "어느 정도 지원한 뒤 시장성이 있는 종목들은 독립시키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다 전수교육관 구축이나 판로 개척 등 간접 지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탐사기획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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