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女인턴 손댔다"…백악관 영상 조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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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회견에서 공방을 벌인 CNN 기자가 마이크를 가져가려는 백악관 인턴과 실랑이하는 장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속도 조절과 화면 삭제로 CNN 기자의 행동이 공격적으로 편집됐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이 변조됐다는 의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7일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일어난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 백악관 여성 인턴 사이의 '마이크 쟁탈' 과정이 담겼다. 당시 아코스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뜨거운 설전으로 벌이자 인턴이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했고, 이를 아코스타 기자가 저지하려던 중 팔이 닿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

7일 백악관 인턴이 아코스타 CNN기자의 마이크를 빼앗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 이 화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위터 영상 캡처]

7일 백악관 인턴이 아코스타 CNN기자의 마이크를 빼앗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 이 화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위터 영상 캡처]

WP는 이 영상 속에서 아코스타 기자가 팔을 내밀어 저지하는 과정에서 그의 팔 움직임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팔이 빠르게 움직이며 마치 의도적으로 때리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당시 아코스타 기자가 대통령에게 계속 질문하기 위해 인턴에게 "실례합니다(Pardon me, ma'am)"라고 양해를 구한 부분도 삭제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이 같은 화면 조작 의혹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작된 것이 아니다(was not doctored)"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프랑스 방문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샌더스 대변인이 공개한 화면은 단지 '클로즈업'일 뿐 조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아코스타 기자가 인턴에게 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백악관 측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한다"며 아코스타가 마이크를 계속 붙잡으려다가 인턴과 팔이 닿는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을 지적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 언론을 믿고 어려운 질문들도 환영하지만 우리는 기자가 백악관 인턴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려 한 젊은 여성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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