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은 사회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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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날의 교정 행정이 범죄인의 격리수용보다 재소자의 교정 교화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교육형 이론에 입각한 이른바 「교정 교화」는 범죄인으로 하여금 진정으로 반성케 하고 교육과 훈련의 개별화를 통해 정상인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재사회화에 뜻을 두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로의 정상 복귀가 교정제도의 근본 이념이고 죄질이 경미한 범죄인에게는 수용교정 보다 사회 교정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취지에서 고안된 제도가 바로 보호관찰제다.
굳이 교도소나 소년원 등에 격리 수용해 고통을 주고 적잖은 수용비용을 사회가 부담할게 아니라 가정과 이웃에서 선도하고 사회에 적응시키는 게 낫다는 점에서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성인범에게도 오래전부터 실시해왔다.
더구나 소년범의 경우 수용시설에 보호하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소년법의 예방과 교정에관심이 높은 신망있는 인사로 하여금 설득과 감화·설교를 통해 반사회성을 고쳐나가는 것이 성과가 훨씬 크다는 게 입증돼 우리도 언젠가는 이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이런 점에서 법무부가 오는 7월부터 소년범에 대해 보호관찰제를 실시하고 효과가 좋으면 성인범에게도 확대 실시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문제는 소년범의 관찰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사회악에 쉽게 감염될 소지가 많은 비행소년들을 무분별하게 풀어놓고 사후관리를 잘못할 경우 그로 인한 폐해와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할 것인가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비행소년은 스스로 생겨난 것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파탄과 결손가정의 증가, 향락 퇴폐풍조의 만연, 입시 위주의 교육과 폐해가 소년범죄를 낳게 했다.
소년범 개개인의 이러한 배경을 면밀히 관찰하지 않고 무턱대고 가정에 복귀시켰을 경우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쁜 범죄에 휩쓸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는 범죄인의 무책임한 사회 전가일 따름이다.
따라서 보호관찰 대상자의 감별과 선정에는 사계 전문가들의 엄정한 진단과 환경조사가 뒤따라야 하고 보호관찰에는 장기간에 걸친 세심한 주의와 각별한 성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소년법의 가석방과 퇴원을 지금까지 소년원장이 단독으로 하던 것을 판사·검사·변호사 등으로 구성키로 한 모양이나 각계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키거나 전문기관이 전담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보호관찰을 떠맡을 선도위원의 엄선은 물론 현재 무보수로 되어있는 명예직제를 재검토, 실비제공이나 유급제 병행 등으로 면담과 직업알선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법무부가 81년부터 재범 가능성이 적은 소년범에게 선도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실시하면서 위촉했던 선도위원들에게 아무런 법적 지위나 보수도 주지 않고 오직 위원들의 성의나 사명감에 의존해 오고 있어 문제가 되어왔다.
사회 교정제도는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의 기반 없이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소년교도소나 소년원 출신 소년들에 대한 사회의 냉대와 소외는 새 삶을 찾고자 하는 소년들의 의지를 흔들리게 하고 자포자기로 또다시 범죄의 수렁에 빠져들게 한다. 또 타락한 사회가 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성인범죄의 모방이 소년범죄의 양적 팽창과 흉포화를 부채질한다는 인식도 다같이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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