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국방, 떠나는 브룩스에 "당신의 헌신에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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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0차 한ㆍ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하고 있다. 왼편 미국 측 인사들 가운데 왼쪽부터 다섯째가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다.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0차 한ㆍ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하고 있다. 왼편 미국 측 인사들 가운데 왼쪽부터 다섯째가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다. [국방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연합방위지침에 서명한 뒤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티스 장관은 그의 뒤편에 서 있는 참모들 가운데 유독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을 가리키며 “이 자리를 빌어 한국에서 근무하다 곧 떠나는 브룩스 사령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의 이임식은 8일로 예정됐다. 2016년 4월 30일 부임한 그는 2년 넘게 한국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은 모두 동맹 관계를 극히 중시하는 대표적인 동맹파다. 한국을 놓고도 동맹 관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티스 장관은 “나는 영광스럽게도 두 차례 브룩스 사령관과 함께 일했다”며 “지금처럼 역동적 시기(dynamic time)에 그가 전략가로서 보여준 유연성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2011~2013년 당시 중부군 사령관이었던 매티스 해병대 대장 밑에서 근무했다. 이때 매티스 장관은 리더십과 전략적 식견을 가진 브룩스 사령관을 아꼈다. 브룩스 사령관은 평소 지인에게 ”매티스 사령관(장관)에게 많이 배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하다.

브룩스 사령관이 연합사 지휘봉을 잡은 뒤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과 수십 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가 전쟁 문턱까지 간 적이 있었다. 반면 올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대화 국면에선 차분하게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교 소식통은 “브룩스 사령관이 없었더라면 한ㆍ미 동맹은 오해 때문에 지금 불편한 관계가 됐을 수도 있었다”고 단언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브룩스 사령관은 한국군 4성 장군 사령관 밑에 미군 4성 장군 부사령관을 둔 미래연합군사령부 지휘구조에 한ㆍ미 양국이 올해 합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같은 지휘구조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49차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소식통은 “미 의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고, 미 국방부는 한국군의 지휘능력에 대해 우려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브룩스 사령관이 중간에서 노력해서 한ㆍ미의 입장 차이를 줄였기 때문에 올해 합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한ㆍ미연합사령부 건물을 용산 미군기지에서 국방부 영내로 옮기로 한 결정과 주한미군 훈련장 주변 주민을 배려하는 조치에서 한국 측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줬다고 한다. 브룩스 사령관은 애국가를 4절까지 우리말로 부를 줄 아는 친한파다. 부하 미군 장교들에게 ”한국인을 만나는 자리에선 반드시 한국어로 인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그는 한국의 사찰 음식을 좋아해 주말마다 유명 고찰을 방문하길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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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는 성격이지만 필요하면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부임 초기 ‘샌님’ 연합사령관의 군기를 잡겠다고 한국군 장성들이 그에게 폭탄주를 권했다. 하지만 브룩스 사령관이 오히려 대작한 한국군 장성들을 모두 만취하게 만든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워싱턴=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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