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리는 노인들,국민연금 담보 전월세 대출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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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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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자금이 부족한 노인들이 전월세 비용과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 2012년 이후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어 연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방식으로 갚고 있다.

이 대출 제도는 국민연금공단의 실버론이다. 노후 연금의 2배까지 목돈(최대 750만원)을 대출해준다. 이자가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2018년 4분기 2.25%)에 맞춰서 낮은 편이라 인기가 높고 만족도도 높다. 2012년 도입했는데 그 해 1만152명이 이용하더니 매년 약 7000명이 몰린다. 올해 1~9월 4839명이 238억원 대출받았다. 1인당 평균 491만원을 빌렸다. 2012년 이후 5만375명이 2214억8200만원을 빌렸다.

 대출 목적은 전·월세 자금 조달이 60.2%로 가장 많다. 의료비 조달이 38%다. 장제비(1.4%), 재해복구비(0.4%)는 그리 많지 않다. 5년간원금 균등분할상환 조건이지만 99.5%가 자신의 연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방식 택한다. 결과적으로 연금을 미리 당겨쓰는 꼴이다. 연금공단이 연금에서 공제하다 보니 미상환자가 거의 없다. 상환율이 99.55%에 달한다.

 실버론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750만원 이내에서 실제 소요비용을 대출받는다. 선진국에서도 도입한 데가 많다. 긴급하게 필요한 생활안정자금을 저리로 대출하기 때문에 호평을 받지만, 연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연금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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