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두가 피해자"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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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당시의 정세와 권력집단의 의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MBC-TV의 광주민중항쟁특집 다큐멘터리『어머니의 노래』(3일 밤9시50분)는 이 물음에 대해 초보적이나마 하나의 답변을 해주었다.
이 작품은 정치상황에 적당히 보조를 맞추어온 언론의 관행을 거부하면서 시대의 과제를 부등켜안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물론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는 외국TV등으로부터 입수한 일부자료화면들이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되살리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있다.
한 문제를 놓고 양쪽이 모두 옳았다는 양시론과 산술적 평균치개념의 기계적 적용을 통한 균형론은 기회주의적 책임회피의 한 방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여전히 언론의 기본적 책임에 속한다.
80년 5월 이후 계엄사를 비롯한 관계당국의 논리는 수없이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절망적인 현장에서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상처를 입은 광주시민의 심정과 주장은 언론에 의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광주시민들의 증언은 오히려 균형의 회복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전체조건일수도 있다.
또 이 작품은 80년5월의 광주민주화운동을 정통성이 없는 독재자와, 이에 저항하던 민주세력간의 대결구조로 파악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하여 「5월」의 피해자가 광주시민뿐 아니라 무력진압에 나셨던 군과 민주화를 갈망하던 전국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상처의 치유와 화해는 진상의 철저한 규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어머니의 노래』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완전한 민주화가 성취되지 않는 한「광주」는 계속되리라는 것을 증언했다는 점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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