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이언주, 특별재판부 합의한 당 지도부에 "지금 제정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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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25일 저녁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이 여당 및 준여당들과 특별재판부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키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지난번 판문점 선언 비준도 지도부가 의총이나 당내 논의 없이 비준해 주겠다고 했다가 당내 혼란을 야기하고 사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특별재판부 건은 근본적인 헌법정신, 국가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관한 문제로 어쩌면 판문점 선언 비준 건보다도 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를 국회가 지명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이런 도를 넘은 국기 문란행위를 당내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맘대로 합의해 준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같은 날 지상욱 비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야만적인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며 "이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의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다음 주 의총을 소집한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경고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한 독단적 결정으로 바른미래당이 스스로 민주정당이 아님을 선언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문제를 놓고 보수성향 의원들과 지도부 간 갈등이 벌어졌던 데 이어, 특별재판부 설치 합의를 두고 다시 불만이 터져 나온 셈이다. 중요 현안마다 보수성향 의원들과 지도부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정계개편을 앞두고 바른미래당의 균열 조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 특별재판부 설치와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비리 국정조사의 ‘빅딜 가능성’이 나오자 자유한국당은 사전 차단 노력에 나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채용비리·고용세습으로 일자리를 도둑질한 정권이 위헌 소지가 다분한 특별재판부를 들고나와서 덮으려 한다는 걸 국민들이 다 안다"며 "못된 짓 하지마라"고 일갈했다. 이어 "민주당이야말로 꼼수 부리지 말고 채용비리 고용세습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제를 제기는 것만으로도 사법부에 작지 않은 경고를 보냈다.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며 "혁명을 하자는 게 아니라면 삼권분립의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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