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컬 프리즘

촛불세력 관찰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대전시의회 김소연(민주당) 의원이 최근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법자금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선거를 도와준 특정인이 법정 선거비용 이외에 500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특정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선거 전문가’로 불리던 그 특정인은 수년간 지역 국회의원의 비서로 일했다. 한편으로 그는 이른바 ‘촛불세력’ 중 한 사람이다. 어린 자녀와 촛불을 들고 한겨울에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그는 SNS에 “부끄럽고 추악한 대통령 끄집어 내려오게 해야 됩니다. 우리 가족 집에서 쉴 수 있게 빨리 내려오면 안 되겠니” 등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그가 모셨던 국회의원은 현재 여당의 생활적폐청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 위원회는 공기업, 지방 토호세력 등의 적폐를 청산해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성했다고 한다.

일부 촛불세력의 역주행은 이뿐 아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한 측근은 6·13 선거 때 대전지역 한 일간지 기자를 허위기사 작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병역기피의혹을 보도해 당시 허태정 시장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요지다. 경찰은 최근 이 기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문제의 기사는 150만 대전시민을 이끌어갈 리더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의혹 제기였다. 이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고발인 역시 촛불세력이다.

촛불세력의 일탈을 볼 때마다 많은 사람은 어리둥절해 한다. ‘역대급’ 국정농단 무리를 촛불로 몰아낸 정의로운 집단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촛불로 권력을 잡은 이들도 도덕적 우월감이 충만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세력이 더 부도덕해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학자들은 이를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 개념으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국정 농단 무리를 단죄했다는 정의감에 취해서 정작 자신들의 도덕성에는 무감각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촛불세력이 반대편의 비판이 나올 때마다 ‘박근혜, 이명박만 하겠냐’고 녹음기 틀어대듯 하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여당이 공기업 ‘친·인척 잔치판’ 문제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촛불세력의 비상식적 행태는 특정 세력에 대한 묻지마식 지지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또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덕과 정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방현 대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