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법원 공정재판 못해” 한국당 “김명수부터 정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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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 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 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사법남용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4당 ‘특별재판부’ 합의 후폭풍 #김성태 “야권 공조 파괴할 의도” #한국당 패싱에 대한 우려도 나와 #여당 일부 “정권 바뀌면 악용 소지”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25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재판부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4당은 원내 300석 중 178석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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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회견에서 “사법농단 수사 경과를 보면 법원이 과연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일반 형사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에 달하지만, 이 사건 영장은 단 한 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별한 절차를 통해 재판 사무분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50여 명은 지난 8월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률안(특별법)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안은 대한변협 3명, 법원 판사회의 3명, 시민사회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가 추천하는 특별 법관 3명이 1·2심 재판을 맡도록 했다. 최종 3심은 대법원이 맡는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토대로 법안 제정을 위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법안 통과 전망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다. 당장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야권 공조를 파괴하려는 정치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지금의 사법부를 부정한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하든지 정리를 먼저 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당 내부에선 ‘한국당 패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지도부가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박주민 의원 안에 100% 찬성하지는 않는다. 더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소속 의원들과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합의하느냐”는 반발도 나온다. 지상욱 의원은 “헌법을 뒤집는 혁명이라도 하겠다는 건가”라며 원내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라고 모두가 특별재판부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당 내부에선 “정권이 바뀌면 역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감정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여야 4당이 목표로 한 11월 정기국회 법안 처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국회 관계자는 “만일 여야 합의가 없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 5분의 3의 요구로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최대 330일이 지난 뒤에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고 설명했다.

학계의 반응도 다양하다. 검찰 수사를 불신해 ‘특검’을 추진하듯 사법부도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 및 관련 판사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안 되고, 이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며 “사법부 안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재판부를 구성하는 권한은 헌법이 규정한 법원의 고유권한인데 외부인사가 이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를 무작위로 배당하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특별재판부에서 정치적 편향 논란, 비(非)판사에 의한 판결 등이 생기면 위헌 시비에 걸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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