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김정은 서울 방문 멍석을 깔기 위해 비준 서두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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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의 후속조치인 남북군사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은 24일 “헌법재판소에 국회 차원의 권한 쟁의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변선구 기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히 남북군사합의서는 헌법 60조 1항에 명시된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는 헌법적 사안”이라며 "국가 안전보장에 심대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대통령 독단 때문에 결정하는 국정운영이 대단히 위험하다. 대통령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하는 것을 포함, 헌재 권한 쟁의소송 신청까지 국회 야권 공조를 통해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월 평양 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가 상정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월 평양 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가 상정됐다. [연합뉴스]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남북 철도·도로의 착공 등 국민 혈세 부담 사항과 국군의 정찰·감시기능 축소 등의 국가 안위에 관한 내용이므로 반드시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법제처의 '코드' 유권해석에 근거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멍석을 깔기 위해 비준을 서둘렀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는 헌재 권한쟁의심판청구와 군사합의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나서야 하며, 민주당도 정부의 대표자가 아닌 국민의 대표자로 돌아와 정부의 위헌적·위법적 행태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60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대해 체결 및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한국당은 군사합의서 및 평양선언이 이같은 조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권한 쟁의소송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군사합의서에 대한 법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단독으로 할 수 있지만, 헌재에 대한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국회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야당을 설득해 국회 공조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요구 철회’ 카드를 내밀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이 여전히 계류 중인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를 먼저 비준한 것은 순서가 잘못된 일”이라며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도 철회하고 대통령이 직접 비준하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제처는 청와대의 말에 따라 유권해석을 이현령비현령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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