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노이즈마케팅"…비리 지목 유치원, 학부모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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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충남의 한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돌려 "이번 일은 좌파 국회의원,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모한 유치원 비리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중앙일보는 박 의원실을 통해 충남 지역의 한 유치원 원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를 확보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A원장은 편지에 "요 며칠 너무 황당하고 마음 상하는 시간이었다"며 "황당한 것은 비리유치원 명단이라는 큰 타이틀을 해놓고 그동안 정기감사 받은 저희 같은 유치원을 올려놓으니 마치 저희가 비리 유치원인 듯한 착각을 준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이번 보도는 좌파 국회의원 그리고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모해 국감 기간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모는 노이즈마케팅(문제를 크게 시끄럽게 해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 행위)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유치원이 2016년 4월 감사 당시 행정처분 받고 시정처리한 사례도 소개했다.

A원장은 "직원(행정실장)이 퇴직했는데 (근무 기간이) 1년 좀 안됐지만 위로금 느낌의 퇴직금을 줬다"며 "기간 때문에 인정이 안 된다고 해 (260여 만원) 유치원 통장으로 회수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이 유치원은 식비, 재료비 등 잔액을 불용액 처리한 것과 계약직원에 대한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고 7명을 채용한 것 등이 적발돼 경보 처분을 받았다.

그 중 성범죄 경력 등 범죄 전력 조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2014년도에 강사 몇 명이 받지 않은 것으로 돼 있었는데…솔직히 우리 유치원에 오랫동안 보내보신 어머니들은 아시겠지만 특성화 강사들도 거의 바뀌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챙기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교육과 아이들 교육에 좀 더 집중하기도 하고 행정 지식이 부족한 제 탓"이라면서도 "TV에서는 잘못된 일부 극소수의 유치원 얘기를 모든 원의 일인양 얘기한다"며 "박 의원이 잘 알아보지도 않은 채 비리유치원으로 보도하니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유치원뿐 아니라 비리유치원 명단에 오른 다른 유치원도 해명의 안내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비상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를 막론하고 저희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주시는 학부모님들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은 이날 오후 수원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유총은 깊이 반성하면서 대한민국의 유아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이제 이번 사태는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하는 유아교육을 만드는 논의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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