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차 또 판다"는 말에 발끈?...美 국무부 "풍계리 전문가 사찰은 긍정적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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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9일(현지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데 대해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북한 등 4개국 순방 성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북한 등 4개국 순방 성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핵실험장에 언론을 초청한 것과 전문가 사찰단을 초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5월 이미 폭파한 곳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그는 “그때는 많은 기자의 모습과 몇몇 폭파 장면들을 봤을 뿐”이라며 “풍계리 사찰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긍정적인 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풍계리에 사찰단을 초청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후,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같은 차를 또 파는 격”이라며 비판했었다. 나워트의 이날 언급은 이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나워트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언급하는 대신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도 그랬듯, 회담 장소를 선정하고 두 정상의 일정을 조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2차 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를 제외한 3~4곳의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은 설명이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북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길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 길은 멀지만 우리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길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궁극적인 목표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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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가 거듭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 언론들은 비판의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북ㆍ미 간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북한의 움직임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북한이 핵 시설 목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이 목록을 받아내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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