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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립대 곳간에 수천억···연구비·장학금 인출은 '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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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립 대학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도 장학금 등 용도에 맞는 사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적립금은 사립학교법상 연구비‧건축기금‧장학금 등의 정해진 용도에 따라 충당해 운용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이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191개 사립대학의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일부 대학은 적립금을 수천억원가량 비축하고도 5년간 정해진 용도로는 지출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운영하는 홍익대의 경우, 7565억 원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적립금을 연구 활동에 지원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목적으로 거의 인출하지 않았다.

홍익대는 최근 5년간 연구비 목적으로 축적한 적립금(13억)의 0%, 장학금 목적 적립금(68억)의 2.6%만을 인출했다. 또 학생들의 주거시설 등 건물을 신축과 개‧보수 용도로 마련한 건축기금 목적 적립금(1368억)의 12%만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학교 가운데 누적적립금 1위를 기록한 홍익대학교 총학생회가 "우리 학교의 누적적립금으로 꾸릴 수 있는 축구 라인업"이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포함된 라인업을 소개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사립대학교 가운데 누적적립금 1위를 기록한 홍익대학교 총학생회가 "우리 학교의 누적적립금으로 꾸릴 수 있는 축구 라인업"이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포함된 라인업을 소개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대학 내에서도 누적 적립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최근 "우리 학교의 누적적립금으로 영국 유명 락밴드 콜드플레이가 총 371회, 즉 1년 간 거의 매일 공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학교의 적립금으로 이적료 1200억 원 상당의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는 물론 손흥민(토트넘 핫스퍼)도 함께 영입해 축구 구단을 꾸릴 수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대학 측은 "학교 발전을 위해 사용하게 될 돈"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3531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한 수원대는 최근 5년간 연구비‧건축기금‧장학금 명목의 적립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장학금 명목 적립금 524억 원은 5년간 전혀 인출하지 않았다. 건축기금 적립금은 233억원, 연구비 명목 적립금은 100억원이 누적됐지만 최근 5년간 인출은 없었다.

이외에도 다수의 사립 대학이 운용 목적에 맞는 적립금 인출을 전혀 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연구비 목적 적립금을 한 푼도 인출하지 않은 학교는 36곳에 달했으며, 건축비 목적 적립금 인출이 0원인 학교도 18곳이었다. 장학금 목적으로 쌓아둔 적립금을 5년간 전혀 인출하지 않은 학교는 15곳이었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 적립금 약 8조원

최근 5년간 각종 용도로 적립금을 지출하고도 10억 원 이상의 적립금을 비축한 학교는 55곳이었다. 홍익대(1289억), 고려대(1123억), 을지대(928억), 연세대(899억), 성균관대(538억) 순으로 인출액을 뺀 적립금을 비축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최정동 기자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최정동 기자

최근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4년제 사립대학 139곳의 누적적립금은 총 7조 9498억 원에 달했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사립학교법에 규정된 적립금의 충당‧운용목적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이 목적에 맞는 지출은 하지 않고 재단 쌈짓돈을 불리는 데 적립금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적립금의 목적에 맞는 지출이 이뤄지도록 적절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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