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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IS 성노예였다” 성폭력 피해자, 노벨평화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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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라크 야지디족 출신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AP=연합뉴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라크 야지디족 출신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AP=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나디아 무라드(25)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약 20㎞ 떨어진 마을 ‘코초’ 출신이다. 이 지역은 쿠르드 계열 소수민족 야지디족 거주구역이다.

이라크 야지디족 출신 나디아 무라드

그는 2014년 고향에서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대원들에게 납치돼 3개월 동안 성노예가 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간신히 독일에 정착한 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야지디족 여성의 곤경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전력해 왔다.

IS에 납치…성노예 됐다가 간신히 탈출

유엔에서 수 차례 직접 자신의 끔찍했던 경험을 증언하고 억류된 여성 수천 명을 구하라고 국제사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런 그의 공로를 인정해 수년 전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야지디족 여성의 비극이 시작된 건 2014년이었다. 당시 거침없이 세를 확장하던 IS는 야지디족의 터전을 장악하고 주민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비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 여성과 어린이들은 전리품으로 소유하고 사고 팔았다. 명분은 종교였다.

당시 IS가 발행한 잡지 ‘다비크’에 따르면 이들은 “야지디족을 노예로 삼음으로써 IS가 샤리아에 본래의 의미를 회복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야지디족의 종교에는 조로아스터교에서부터 마니교·유대교·이슬람교가 혼합돼 있다. 이 때문에 야지디족을 ‘악마숭배자’라고 부르는 IS는 “다신교도들의 대규모 노예화는 처음일 것”이라며 자신들의 만행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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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디족 가족. [연합뉴스]

야지디족 가족. [연합뉴스]

유엔 “IS, 여성·아이 3200명 성노예로”

IS는 여성에 대한 끔찍한 성범죄도 자행했다. 당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보고서를 통해 야지디족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IS 전사들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IS 전투원에게 1000달러에 팔려간 15세 야지디족 소녀는 HRW의 조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무라드가 2016년 직접 경험한 바를 증언한 내용은 더욱 끔찍하다.

“나는 2014년 8월 IS 대원들에게 잡혀간 야지디족 여성 수천 명 중 한 명이었다. 어리거나 젊은 여성 수천 명이 그들에게 잡혀가 이곳저곳으로 팔리고 교환됐다. 심지어 우리는 IS 대원 중 35세 이상에게 ‘선물’로 제공됐다. 난 IS 대원 10명 이상의 성노예가 됐다. 하지만 다른 여성들은 20∼30명을 상대해야 했다. 그들은 우리를 다른 곳의 여자와 맞바꾸고 매 시간, 때론 매일 다른 IS 대원에게 데려갔다.”

무라드에 따르면 잡혀간 여성 중 일부는 9세였고 더 어린아이도 있었다.

IS, 야지디족 상대로 제노사이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만행을 고발한 이라크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사진 유엔]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만행을 고발한 이라크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사진 유엔]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구성했던 시리아 내전 조사위원회는 IS 조직이 이라크 및 시리아 거주 야지디족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종족 대학살)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조사위 보고서에는 IS가 3200여 명의 야지디 여성과 아이들을 성노예 등의 용도로 억류하고 있으며, 야지디족 여성과 소녀를 IS 전사들에게만 파는 노예시장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2015년 11월 IS는 야지디족이 거주하는 신자르 일대에서 퇴각했다. 그러나 야지디족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야지디족이 사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는 터키·시리아·이란과 가까운 전략적 요충지인 탓에 정치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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