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대통령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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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우리가 신의 편이 돼야 한다(We have to be on God's side)'고 했지만 부시는 '신이 우리 편(God is on our side)'이라고 말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69) 전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미국 최고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종교적 겸허함을 예로 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앙을 '종교적 절대주의(religious absolutism)'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종교적 확신(certitude)이 미국 외교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런던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면서다.

올브라이트는 종교와 국제문제를 다룬 저서 '강자와 신(The Mighty and the Almighty)'을 출간하면서 이 같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여성으로선 처음 미 국무장관을 지냈다.

◆ "부시 때문에 무슬림 멀어져"=올브라이트는 "부시의 종교적 절대주의가 미국 외교를 경직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부시 대통령이 외교 사안을 거론하면서 구사하는 기독교 절대주의적 발언들은 미국과 전 세계 무슬림(이슬람교도)의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저서는 부시의 '종교적 절대주의'를 꼬집는 예가 나와 있다. 예컨대 부시는 텍사스주지사 시절 기독교인들에게 "신은 내가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2004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하늘의 소명을 받았다"고도 했다.

◆ "이라크전은 최악의 재앙"=올브라이트는 "대통령이 신앙에 확신을 갖는 것과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부시 대통령이 믿는 절대적 진리라는 게 우리에겐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신을 믿는 두 명의 대통령(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을 모셨지만 그들은 종교적 견해를 국가 정책에 뒤섞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전쟁 전 신의 계시를 청했다"고 한 이라크전에 대해 올브라이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적 재앙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며 "중동이 동남아보다 훨씬 더 불안한 지역이 됐다는 측면에서 이라크전이 베트남전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전에도 200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당선됐더라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2년 전 그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어가 당선됐더라면 이라크 사태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담 후세인을 즉각적 위협으로 보지 않았으며, 고어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라크 침공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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