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내년 경제가 더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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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2019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 투자가 많이 움츠러들고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수출 증가율도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 민간 연구소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2.8%)보다 비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와 내년의 한국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았다.

미국 중앙은행이 최근 올해 자국 성장률 전망을 연 2.8%에서 3.1%로 올린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역전은 불가피할 것 같다. 한국이 선진국인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2015년뿐이었다. 실업률 등 고용지표도 미국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미 한국의 올해 1~8월 월평균 실업자는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113만 명에 달하고, 같은 기간 실업급여 지급액도 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안팎의 우려와 경고가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낙관론을 펴고 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7월 말 “우리 경제가 대체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잠재성장률(2.8~2.9%) 수준의 견조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 연구소의 전망처럼 내년 경제가 2% 중반의 저성장이라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불황을 견뎌야 한다. 내년이 더 힘들다는 전망 앞에 정부는 겸손해야 한다.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고용과 성장의 주역인 기업 투자를 살리고 혁신 성장과 규제 개혁을 더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집값은 안정시키되 부동산 시장을 급랭시키지는 않도록 거시경제 운용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