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수는 5년 새 두 배…일자리 못 만드는 일자리 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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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신진대사를 저해하는 고용보조금을 남발하고 있다.”

건전재정포럼 토론회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일자리 예산의 쓰임새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다. ‘일자리 예산,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용보조금은 어차피 고용했을 사람을 고용하면서 보조금을 받는 것”이라며 “채용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일자리 예산,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건전재정포럼)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일자리 예산,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건전재정포럼)

그는 또 “보조금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취업 취약계층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의 지적대로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2012년 10조원에서 내년 23조원 많이 증가했다. 일자리 예산은 크게 6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이중 고용장려금은 2019년 5조9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2배, 2007년 대비 16.4배로 늘었다.

윤 교수는 “위기가 왔을 때 현장에 투입하는 직접 일자리 예산도 2007년 대비 32배로 늘었다”며 “경기 불황에 대응하고, 취업 취약계층 지원하는 원래 취지와 무관하게 늘리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예산과 일자리 창출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일자리 예산을 늘린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그는 “경기 부진의 영향을 일자리 예산으로 만회하고, 그렇게 하면 일자리를 대량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조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자리 예산은 그 본래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고용 부진은 다른 해법을 찾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일자리 예산의 집행률이 낮고, 수혜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예산 평가 체계와 환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일자리 예산이 급증하는 건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일시적으로 땜질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치(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 지표 악화는 고령화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과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기업 투자 부진 등 여러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확장 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세수 호황이 기초한 것이라면 결국 그 부담은 민간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세금을 많이 걷는 건 결국 민간의 소비·투자 여력을 정부로 가져오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 늘릴 필요가 있는데 시장에서 그런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언급이다. 그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예외 없이 서비스업이 고용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안전·보건·환경 등의 영역에서 공공성 기준을 높이면 새로운 서비스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국환 재정성과연구원 이사장은 “한국이 고용 없는 성장에 시달린 5년 사이 일본은 고용률이 7%포인트나 늘었고, 미국 경제도 순항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제조업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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