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통일에 진전 있길" VS "정상회담 체감할 결과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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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70여명의 시민들이 TV 뉴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태윤 기자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70여명의 시민들이 TV 뉴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태윤 기자

평양에서 열리는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기다리며 시민들은 각자 기대를 품고 관심을 보였다.

남북정상회담 시민 반응 들어보니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TV 두 곳은 모두 남북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틀어놨다. 그 앞에는 벌초를 하러 가거나 출장을 기다리는 70여명의 시민이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10곳이 넘는 언론사의 기자들도 저마다 중계를 준비하거나 시민 반응을 인터뷰하며 분주했다.

시민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대구에 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이순호(79)씨는 "우리 세대는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이 잘 살 수 있도록 비용을 들이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을 응원한다"며 "군사비를 절약해도 상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TV 뉴스를 보고 있던 이준(81)씨는 "이번 회담에서는 확실한 평화의 약속을 바란다"며 "정부가 통일을 위한 큰 진전을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70여명의 시민들이 TV 뉴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태윤 기자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70여명의 시민들이 TV 뉴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태윤 기자

이번 회담에 우려를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추석 전에 미리 성묘를 가기 위해 서울역에 왔다는 김철자(66)씨는 "전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낸 채로 북한과의 문제만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군 철수까지 논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김정은이 이전 북한 지도자와는 다른 것 같지만 속을 알 수 없으니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최찬일(59)씨는 "국제적인 압력이 있는데, 이번에 두드러진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며 "후속 결과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선언적인 의미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도 관심이 컸다.
학회 참여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준희(28)씨는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경계선을 넘는 장면을 봤을 때는 평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만이라도 확실히 해결하고 회담 이후 물질적 증거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TV에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환대하는 장면이 나오자 곳곳에서 환호성도 나왔다.
김새미(31)씨는 "생각보다 환대해주는 것 같아 예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정부 들어 남북교류가 늘고 있는데 기업인들이 평양에 가는 만큼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닌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출근을 하는 시민들도 남북정상회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박근철(31)씨는 “아침에 뉴스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동하는 것을 봤지만 사실 큰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며 “이미 지난번에 한번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체감할 결과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물가나 부동산 등 여러 경제적 상황으로 국민이힘이 드는데, 오히려 이런 경제정책에 더 힘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판규(53)씨는 “50년 넘게 살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수차례 봐왔지만 결국 시민들이 원하는 평화와 비핵화를 얻은 적은 없었다”며 “남북 정상이 자주 만나는 것은 좋지만, 섣부른 경협 등으로 국민 세금이 너무 많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이태윤·김다영·김정연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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