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정보 무단열람’ 심재철 보좌진 고발…의원실 “불법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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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종전선언? 후폭풍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종전선언? 후폭풍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정부 기관의 예산 정보 수십만 건을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진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실 측은 “열람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성도 없었다”며 “보안처리를 못한 정부의 잘못이 오히려 크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재정정보원이 운영 중인 재정분석시스템(OLAP)을 통해 비인가 행정정보가 무권한자에게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중앙지검에 관련자를 고발 조치했다.

재정정보원은 “시스템의 오작동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이 이달 초 수십만 건에 이르는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내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재정분석시스템은 정부기관들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 시스템이다.

기재부는 “해당 행정정보와 관련된 정부 기관은 대통령비서실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출 자료는 예산 편성ㆍ집행ㆍ결산과 관련한 항목과 액수, 그 증빙자료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유출된 자료가 제삼자에게 다시 유출되면 정부 기관의 운영과 더 나아가 국가 안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해당 의원실은 관련 자료의 즉각적인 반환 요청을 받고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어 “해킹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속한 유출 차단과 재발 방지를 위해 검찰 고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통상 국회의원실이 재정분석시스템 아이디를 요청하면, 재정정보원은 공개가 가능한 부분까지만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한해 제공한다. 기재부는 해당 국회의원실이  부여된 권한으로 열람이 불가능한 자료를 보좌진들이 열람하고 내려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료 유출’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심 의원실을 지목하며 “개인과 거래처의 상세 정보뿐 아니라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됐다”며 “수사를 통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됐음이 밝혀진다면 정부 핵심 통신망에 대한 명백한 공격행위이자 국가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기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좌진의 행각이 10여일간 계속돼 해당 의원실의 수장인 심재철 의원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심 의원은 유출에 책임지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퇴하고 동시에 명백한 해명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의원실은 기재부 고발에 성명을 내고 “자료 유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심 의원실은 “기재부 인가를 통해 정상적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자료 검색과 열람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성도 없었다”며 “정당한 접속으로 다운로드한 것이 유출이라면 오히려 해당 자료에 대한 보안처리를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와 민주당이 야당 의원실을 탄압한 것으로 앞으로 정부의 잘못을 밝혀나가겠다”고 예고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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