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성전환자 호적 수술 참 어렵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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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性)전환자가 요구한 호적 정정(성별 변경)의 허가 여부와 관련해 18일 비공개로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10명의 대법관(13명 중 3명은 해외 출장과 병가)들은 신청인 A씨의 대리인을 비롯해 참고인으로 나선 연세대 의대 이무상(비뇨기과) 교수의 찬성론과 국가발전기독연구원장인 박영률 목사의 반대론을 청취했다. 이날 재판은 여자에서 남자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50대 A씨가 낸 호적 정정 신청이 대상이었다. A씨는 2003년 호적 정정을 신청했으나 1, 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A씨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 변현철 공보관은 "대법원에는 A씨 사건을 포함해 세 건의 호적 정정 신청 사건이 올라와 있다"며 "다음달 중으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 시간가량 열린 이날 재판에서 신청인 측 이태화 변호사는 "성에 대한 인식과 역할의 변화로 사회적 약자인 성전환자를 보호해야 할 시점"이라며 "성 전환자의 호적 등록 시 성별 확인의 착오가 발생했다고 보면 호적 정정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무상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의학계에서는 성전환증을 뇌의 기형으로 인한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성전환증 환자를 진단하고, 이를 의학적.법적으로 바로잡아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영률 목사는 "성은 창조자의 절대 권한에 속하는 문제"라며 "성전환증은 정신적 문제로 치료의 대상이지 성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성전환자를 법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병역 기피나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등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법관은 결혼이나 취업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는 성 전환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이를 섣불리 허용할 경우 가치관의 혼란과 법적 안정성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법관들은 "성전환수술 뒤 원상복구를 원하는 경우는 없나(고현철 대법관)" "법관이나 국가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에 한해 성전환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손지열 대법관)" 등을 질문했다.

또 이용훈 대법원장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키워졌다면 남성인가 여성인가"라고 이 교수에게 물었다. 이 대법원장은 '생물학적 기준과 사회.심리학적 기준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답에 "참, 어려운 문제이군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종문 기자

◆ 트랜스젠더(Transgender)=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이 반대 성(性)의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으로 동성애자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의학적으로는 '성적 주체성 장애의 형태'로 불린다. 대법원은 이날 트랜스젠더 중 이미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들에 대한 호적정정 여부를 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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