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채를 흔든 한 마디 "생각보다 너무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희채야, 생각보다 너무 못한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송희채. [사진 KOVO]

프로배구 삼성화재 송희채. [사진 KOVO]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레프트 공격수 송희채(26·1m90㎝)는 올 여름 신진식 감독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신 감독은 "너 왜 이렇게 못 하니?"라고 물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송희채는 지난 5월 OK저축은행에서 삼성화재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송희채는 신 감독이 그토록 원하던 레프트 공격수다. 신 감독은 지난해 부임 후, 레프트 포지션 보강을 원했는데 번번이 원하는 카드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FA 자격은 얻은 서재덕이 한국전력에 잔류했고, 올해는 전광인이 현대캐피탈과 계약했다. 올해 주전 레프트였던 류윤식이 군 입대까지 하면서 신 감독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나 수비가 탄탄한 송희채를 데려오면서 한시름 놨다.

그런데 막상 팀 훈련에 참가한 송희채는 신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신 감독이 송희채에게 "생각보다 너무 못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송희채는 이를 꽉 물었다. 훈련 많기로 유명한 삼성화재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해 근육도 키웠다. 몸무게가 85㎏에서 87㎏까지 늘었다. 그만큼 근육량이 늘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상체가 커졌다. 그런데 너무 몸을 혹사시킨 탓인지 몸이 무거웠다. 야심차게 송희채를 데려온 신 삼독은 송희채에 대한 기대치를 점점 낮췄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송희채(왼쪽)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신진식 감독(오른쪽). [사진 KOVO]

프로배구 삼성화재 송희채(왼쪽)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신진식 감독(오른쪽). [사진 KOVO]

그랬던 송희채가 16일 끝난 2018 제천·KAL컵에서 펄펄 날았다.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송희채의 활약은 꾸준했다. 송희채는 예선 3경기에서 51득점, 준결승에서 18득점, 결승전에서 17득점 등을 기록했다. 총 5경기에서 86점을 올렸는데 한 경기당 평균 17.2점을 기록한 셈이다. 송희채는 이번 대회 기자단 투표 총 29표 중 28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송희채에 대한 칭찬을 제일 많이 했다. "훈련할 때는 FA 영입할 때 했던 기대만큼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사실 기대를 낮췄다. 그런데 어제 오늘 2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본 JT 선더스와 경기하면서 연타, 페인트 공격 등을 배운 것 같다. 바로 응용해서 사용하더라. 다시 기대가 된다." 신 감독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송희채는 "감독님이 '너 왜 이렇게 못하냐'고 하셔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사실 진심이셨던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팀을 옮기고 훈련을 많이 해서 사실 좀 힘들었다. 그런데 대회 나오면서 점점 몸이 풀렸다"면서 "이적 후 첫 공식대회라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도 못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준결승, 결승전에 특히 집중했다. 범실이 나와도 적극적으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제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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