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항소이유서’보니 “특활비 공개 안되게 해달라” 읍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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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뉴스1]

국회 본회의장. [뉴스1]

20대 현역 의원들이 쓴 국회 특수활동비(2016년 6월~12월)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해 국회가 항소했다. 지난달 특수활동비를 “사실상 없애겠다”는 ‘원칙적 폐지’를 결정했지만 ‘특활비 공개’에 대해서는 ‘읍소’ 수준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KBS가 시민단체를 통해 공개한 국회의 항소이유서에는 “2019년도 편성 규모를 2017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축하는 등 특활비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 알권리는 특활비 세부 집행내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보다는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을 통해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국회 의정활동과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며, 해외 순방 경비가 공개되면 의회 정상외교 추진에 장애가 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기관의 공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니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수활동비 통제는 정보 공개보다 국가기관 상호 견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의 알권리에 위배되는 내용도 있다.

지난 7월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특활비 지출결의서가 쌓여 있다. [뉴스1]

지난 7월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특활비 지출결의서가 쌓여 있다. [뉴스1]

국회가 항소이유서에 제출한 이런 논리들은 ‘특활비 세부 내역 공개를 해선 안 될 이유’로 타당하지 않아 이미 1심에서 배제됐다. 또, 항소를 해도 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굳이 항소를 한 이유는 ‘시간 끌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심에서 패소했는데 2심 항소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질의에 “질 거라고 예상한다”고 답했다.

국회는 특활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10억 수준의 국회의장 기밀비는 남겨뒀다. 또, 올해 특활비를 지난해보다 19억원(23%) 줄였지만 전에 없던 포상금 항목을 만들고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2배 늘리는 등 특활비에서 빠져나간 돈을 다른 항목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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