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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X 증편 막는 '평택~오송' 병목, 이번에도 못 넓히나?

중앙일보

입력

KTX와 SRT에 승객이 몰리고 있지만 평택~오송 구간 등의 병목 탓에 증편을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KTX와 SRT에 승객이 몰리고 있지만 평택~오송 구간 등의 병목 탓에 증편을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승객이 몰리는데도 고속열차 운행을 늘리지 못하는 주요 원인인 '평택~오송' 구간의 병목 해소 사업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사업 추진에 앞서 시행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평택~오송 제2 복선전철 추진 중 #해당 구간 병목으로 KTX 증편 어려운 탓 #최근 경제성 분석 결과 낮게 나와 비상 #속도 안 늘고 증편 효과도 낮다는 이유 #민자 사업 좌초 이어 두번째 무산 위기 #국토부 "병목 뚫어야 국민 편리해져" 반발 #전문가 "광명~수색 병목해소, 수서고속철 #신설 등 함께 해야 사업 효과 커질 것" #

 13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 중인 '평택~오송 제2 복선전철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분석(B/C)결과가 0.5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B/C는 통상 1.0 이상이 나와야 사업성이 있는 걸로 평가되며 아직 잠정치이기는 하지만 0.5 정도면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평택~오송 제2 복선전철 건설사업'은  경부고속철도 평택~오송 사이 45.7㎞ 구간의 지하에 또 하나의 고속철로를 만드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3조 9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사업은 당초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돼 무산됐다가 지난해부터 재정사업으로 재추진 중이다.

 국토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 서울 출발 외에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가 새로 운행을 시작하면서 두 고속철도가 만나는 해당 구간에서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재 고속철도의 선로용량은 서울→평택이 190회, 수서→ 평택이 184회로 모두 374회다. 그러나 두 노선이 합쳐져 달리는 평택~오송은 용량이 190회로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해당 구간의 병목을 해소하지 않고는 고속열차 운행을 더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인천발 KTX와 수원발 KTX가 2020년대 초반 완공되면 병목 현상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낮게 나오면서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1일 열린 중간점검 회의에서 KDI 측은 ^제2 복선전철을 만들어도 실제 운행속도는 현재보다 빨라지지 않고 ^광명~수색 간 병목 현상, 수서고속철도 용량 제한 등으로 인해 고속열차 증편이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사업으로 인한 편익이 높지 않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서고속철도는 SRT와 GTX가 선로를 함께 쓰도록 돼있어 고속열차 운행을 늘리기 어렵다. [중앙포토]

수서고속철도는 SRT와 GTX가 선로를 함께 쓰도록 돼있어 고속열차 운행을 늘리기 어렵다. [중앙포토]

 반면 국토부는 KDI 측이 단편적인 편익만 계산에 넣었다고 반박한다. 임종일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오송~평택 사업이 추진되고 뒤이어 광명~수색의 병목 구간 해소사업까지 진행되면 고속철도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향후 고속열차 운행 지역을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할 수 있어 국민 편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향후 확장 가능성까지 편익에 포함해 B/C를 다시 계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지침상 편익을 더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오송~평택 제2 복선전철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침대로라면 일부 항목을 더 추가하더라도 편익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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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승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오송~평택뿐 아니라 광명~수색의 병목 구간 해소까지 한데 묶은 큰 그림 하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좌석 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면 단기적으로는 고속차량을 더 구매해 투입하고, 장기적으로는 문제의 병목 구간들에 대한 해소 방안을 통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재 수서고속철도도 SRT와 GTX가 선로를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SRT 운행을 더 늘리기 어려운 구조인 탓에 평택~오송 사업의 B/C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며 "따라서 이 구간도 새로 노선을 건설해 운행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 호남고속철도 사례처럼 B/C(0.3)가 낮게 나오더라도 정책적으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부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용어사전병목 현상(bottleneck)

 도로가 넓은 곳에서 갑자기 좁은 곳으로 차량이 몰려들면 좁아진 도로로 인해 교통 혼잡이 빚어지는 등 차량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병의 좁은 목에 비유해 병목현상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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