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방수’ 손학규, 결단 한박자 늦지만 통합·소통 강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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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당대표 리더십 탐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0일 ’한국 정치는 승자독식의 양당제인데, 20년을 집권하겠다는 건 대한민국을 말아먹겠다는 얘기“라며 ’바른미래당이 정치개혁의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0일 ’한국 정치는 승자독식의 양당제인데, 20년을 집권하겠다는 건 대한민국을 말아먹겠다는 얘기“라며 ’바른미래당이 정치개혁의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0일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건 문재인 정부가 과거 보수정부보다 더 심해졌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반공·분단 지향적이었다면, 지금 문재인 청와대는 정반대로만 가고 있다”며 “인사도 철저히 (자기네) 사람 위주로만 한다. 사람들이 이제 청와대를 범접하기 어렵다고 하고 쳐다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왜? 두려워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 건 ‘민주당 20년 집권 플랜’에 대해 “한국 정치는 승자독식의 양당제라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여당은 무조건 찬성만 한다. 그런데 그걸 20년 장기집권하겠다고? 그건 대한민국 말아먹겠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싸움닭 정치 싫어하는 젠틀맨 #당 화합 이끌어내면 재기할 기회 #“청와대 중심 국정 안 돼” 작심 비판 #“MB·박근혜 정부와 반대로만 가”

그는 최근 소득주도성장 논란과 관련해 “노동시간 단축이 무조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리라 믿는다면 그야말로 1차원적인 사고”라며 “장관 교체로 될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기본 철학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기업을 존중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며 “요즘은 경제 관료가 기업가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정부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고 바르르 떨기만 한다”고 말했다.

◆통합형 리더십=손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 구원투수다. 2008년 침몰 직전의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를 맡아 18대 총선을 치렀고, 2010년 재차 민주당 대표에 선출돼 전국 정당화의 기반을 다졌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0명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은 상태다.

손 대표가 구원투수에 적합한 이유로는 통합의 리더십이 꼽힌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은 갈등보다는 통합을 앞세워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대화가 가능한 합리적 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계파를 초월한 탕평 인사도 그의 장점 중 하나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당의 통합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각종 인사 때부터 계파 챙기기보다 능력에 맞춰 인선을 잘 배분하는 게 인상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와 잘 아는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그는 싸움닭 스타일의 정치를 하기 보다는 젠틀맨 스타일로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한다”며 “당내에 친화력을 발휘해 통합을 이루는데는 적임이지만 시원한 맛은 없는 게 단점”이라고 평가했다.

손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박우섭 전 인천남구청장은 “정책은 실용적이지만 정치는 명분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라며 “2011년 말 민주통합당을 만들 때도 주변에서는 자신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정권 교체 등의 명분을 위해 본인이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명분 정치엔 그늘도 있다. 최원식 전 의원은 “통합 등 명분을 중시하다 보니 정작 자기 곳간을 못 챙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등판 성공할까=그는 대선 경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선거의 대승을 이끈 경험도 없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손 대표는 정세인식 등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실제로 당 대표 등을 지내면서 리더십을 입증하고 자신의 성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결단력과 한박자 늦은 타이밍을 원인으로 꼽힌다.

주변에서는 그의 박자 감각 결여를 ‘경청의 역설’로 설명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열심히 묻지만 결정은 항상 혼자 내리는 게 문제였다”며 “그러다보니 타이밍도 놓치고 주변 사람도 잃는다”고 말했다.

이번 바른미래당 대표는 그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손 대표는 스스로도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온갖 수모와 치욕을 각오하고 감히 나섰다”고 말할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바른정당 출신들을 설득해 당의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루냐에 따라 본인의 성적표도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우·안효성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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