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문 대통령 친서 들고가 … 김정은 면담은 확정 안 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대북특사 파견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정 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은 오늘(5일) 서해 직항로로 평양을 방문한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핵심 의제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늘 서해 직항로 통해 방북 #“완전한 비핵화 방안 협의 #연내 종전선언 이뤄지게 노력” #북한 “미, 남북관계 막지 말라”

5일 북한에 특사로 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4일 브리핑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한반도의 평화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 과정에서 “비핵화는 북·미의 문제”라고 전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북·미 비핵화 논의에 경고등이 켜지자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도 함께 해나가겠다”며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정 실장도 이날 “남북관계 발전은 비핵화를 촉진하는 주된 동력으로 본다”며 “필요하다면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일 오전 특별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한 뒤 오후 늦은 시간까지 평양에 체류하며 북측 지도자들과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 여부가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3월 1차 특사 파견 때도 4시간12분간 면담과 만찬을 한 뒤 4월 정상회담 개최와 ‘핫라인’ 구축 등 여섯 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특사 파견의 가시적 성과로 종전선언의 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을 추진하는 과정의 초입 단계로 종전선언은 매우 필요한 과정”이라며 “금년 중 종전선언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전선언의 전제를 놓고 북·미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될 만큼 북·미 관계가 경색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특사단이 제시할 카드는 중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두 약속’을 전제로 한 ‘선(先) 종전선언 채택, 후(後) 비핵화 조치 이행’이라는 안이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종전선언에 앞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먼저 요구해 온 미국이 동의할 만한 중재안이 도출되느냐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최종안을 조율했다. 6월 12일 북·미가 ‘센토사 합의’를 이끌어낸 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 기내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온 이후 석 달 가까이 만에 이뤄진 정상 간 직접 대화다. 정 실장은 “미국과는 늘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특사단 방북 과정에서도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다”고 밝혔다. 친서엔 한·미 협의를 통한 최종 협상안이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예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 실장은 다만 “면담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고 평양에 도착한 이후 세부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9월 중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남북 간에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9월 남북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특사단이 북측에 이달 18일께 2박3일로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북한은 특사단 방북을 하루 앞둔 이날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국은 흉포 무도하게 북남관계를 가로막는 것이 곧 제 앞길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색 국면의 책임을 미국에 넘긴 말이다. 신문은 “미국은 참으로 별나게 놀고 있다. 사사건건 걸고 들며 예정된 북남 수뇌회담까지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미국이) 심술을 부린다”고도 했다.

전수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