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0주년 서울 중동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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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행사가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13일 열렸다. 재학생들이 100주년 깃발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서울의 사학 명문인 중동고가 10일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중동고는 1906년 한성외국어학교 교사 세 명이 세운 '한어야학'에서 출발했다. 서양 선교사나 민간 유지가 만든 학교가 아니라 순수한 민초(民草)들이 설립한 민족학교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시엔 한어와 산술 2개 과목만 가르치는 초미니 야학교였다. 이후 1914년 초대 서울대 총장을 지낸 백농(白濃) 최규동 선생이 인수해 종로구 수송동으로 교사를 옮기고 '중동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일제시대에 중동인은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심재곤(54회) 총동문회장은 "1926년 6.10 만세운동이나 1929년 광주학생운동 때 가장 많은 학생이 구속된 학교가 중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제 때 중동고 학생들은 일본인 학생들과 워낙 충돌을 많이 일으켜 그때부터 '교풍이 드세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항일운동을 하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한 학생들이 다 중동고로 몰렸을 정도라고 한다.

60~70년대 중동고는 연극반과 축구부로 전국에 명성을 떨쳤다. 탤런트 정동환(61회)씨는 "중동고 연극반이 워낙 뛰어나 경연대회 주최 측이 '다른 학교가 많이 출전하도록 중동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축구부는 74년 전국대회 6관왕이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중동고는 사회에 나가서도 선.후배 위계질서를 철저히 따지는 '끈끈한 동문애'로도 유명하다. 84년 강남구 일원동으로 이사 갔지만 92년 재단의 부도로 위기를 맞았다. 고 이병철(26회) 삼성그룹 창업주가 중동을 졸업한 것을 인연으로 94년 삼성그룹이 "한국판 이튼스쿨로 키우겠다"며 중동중.고를 인수했다.

중동고가 배출한 인물로는 한글학자 양주동(15회) 박사, 김지하(52회) 시인, 한광옥(53회) 전 민주당 대표, 문국현(60회)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유홍준(60회) 문화재청장, 영화배우 이병헌(81회)씨 등이 있다.

한애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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