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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출산율 1.08과 육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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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런데 현재까지 나온 각종 출산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당위성은 공감하면서도 선뜻 아이를 여럿 낳겠다는 부부가 많지 않다. 그만큼 자식 키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를 많이 출산하기를 기피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과거의 부모들보다 더 과중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요즘처럼 맞벌이가 많아지고 갈수록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육아는 커다란 이중고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여성의 자아실현욕구가 커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 필요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측면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가정은 물론 국가 전체로 본다면 국민총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하여서도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것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사회 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필요로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에게 더 많은 출산과 육아를 부담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무리다. 결국 해결방안은 육아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영.유아기의 육아부담 경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영.유아기뿐 아니라 청소년기의 자녀 양육은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영.유아 대상 탁아시설들도 운영과 시설 면에서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더욱 사정이 안 좋은 것은 취학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다. 특히 10세가 넘은 미성년 자녀의 경우 방과 후 이들을 돌봐줄 마땅한 기관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설학원들이 있지만, 이들 학원이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후견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차치하고, 경제적으로도 저소득층 근로여성의 경우 사교육비를 부담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출산율 향상이 필요하다고 절감하면서도 막상 태어날 아이들이 충분히 보호받고 자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어느 부모가 이러한 상황에서 자녀를 선뜻 많이 낳겠다고 할는지 의문이다. 며칠 전 어느 기업체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맞벌이 부부 등의 자녀를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지도를 지원하는 사회봉사를 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 차원에서의 영.유아기 아동들을 위한 각종 육아지원 정책과 함께 이러한 사회봉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육아지원 조치들이 영.유아를 비롯하여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널리 확대되어 출산 이후 육아문제를 사회가 책임지고 다 같이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저출산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윤희 건국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