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집안일 손 놓은 남편 요령 있게 부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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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대가 달라졌다고들 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남성 주부까지 등장한 세상이다.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20~30대 부부의 결혼생활은 사회적인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과거보다 훨씬 행복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주변에는 아직도 가사와 육아를 나 몰라라 하는 남편,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 아내가 적지 않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행복가정재단에 따르면 확실히 과거에 비해 부부나 가족의 친밀도는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감이 새로운 부부 관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제대로 된 대화법을 알지 못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레몬트리는 20~30대 기혼 여성 2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부부 생활 실태를 알아봤다. 그 결과를 짚어보고 더 나은 부부 관계를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 한국 남편들, 아직도 게으르다

20~30대 남편들은 집안일에 절대 적극적이지 않았다. 맞벌이일 경우에도 반반 가사 분담하는 경우는 1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아내가 다그쳐야 돕는 흉내를 내는 수준. 아내가 무작정 짜증을 내면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조인스닷컴을 통해 똑같은 설문을 남자들에게 했을 때도 육아나 가사 분담이 당연하다는 의견은 높았으나 가사 분담을 잘하느냐는 질문에는 주말에만 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아내들은 '요령 있게 부려 먹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 대화는 안 통하나 고민은 알고 있다?

아예 공통 화제가 없거나 부부 대화가 잔소리나 싸움으로 흐르는 경우가 70%를 육박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내가 남편의 고민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같이 사니까 말 안 해도 남편의 웬만한 것들은 알고 있다'또는 '내가 아는 고민이 남편의 가장 큰 고민이다'라는 심리가 반영된 대답.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에 와서 고민을 터놓는 남편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아무리 살을 맞대고 산다 해도 말을 안 하면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 행동하고 표현함으로써 생기는 문제가 의외로 많다. 또 육아나 가사 분담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집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 '우리 부부는 평등하다'는 대답도 모두 70%를 넘어섰다. 즉, 아내들 역시 완벽한 가사 분담이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나 '여자가 어느 정도 손해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자위하는 것이다.

# 남편에 대한 불만 순위

주관식 질문을 통해 최근 남편과 싸운 이유와 남편에 대한 최대 불만을 물었다. 맞벌이의 경우 1위는 육아와 교육, 2위는 경제적 문제, 3위는 시댁 관련 문제였고, 전업주부의 경우 1위 시댁 관련 문제, 2위 집안일에 대한 무관심(대화 부족), 3위는 육아 및 교육 문제였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대화로 제대로 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거나, 아예 축구나 게임에 열중해 대화를 듣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가 부부 대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 아내들이여, 이렇게 말하라

대화컨설팅업체 SMG 이정숙 대표는 아내가 남편과 대화할 때 이렇게 말하면 좋다고 조언한다. 우선 집안일을 돕지 않는 남편에게는 "당신이 도와줘서 늘 고마워"라든지 "나는 정말 좋은 남자랑 결혼한 것 같아" 등 남편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라는 것이다. 별것 아닌 일도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부추기면 웬만한 남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일을 해결해낸다.

남편이 철없는 아이처럼 굴 때는 비난하지 말고 직설적이고 짧은 말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해줘"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두면 "그러지 말고 세탁물 바구니에 넣어줘요"라든지, 아기와 간식을 놓고 다툰다면 "당신 먹을 건 더 맛있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걸로 드세요"식으로 일일이 대응해야 그의 태도가 서서히 바뀐다.

남편이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아예 중요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몰두하던 일을 마친 다음에 "여보, 당신한테 할 중요한 말이 있어" "지금 하는 말 중요한 거야"라며 남편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그 다음 본론으로 들어간다. 가능하다면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에게 수첩에 중요 사항을 메모하거나 달력에 표시하도록 한다.

조민정 레몬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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