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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완소남, 방탄소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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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던 방탄소년단(BTS)이 또다시 일을 낼 태세다.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를 들고서다. 앨범은 이미 전 세계에서 150만 장이 예약 판매됐다. 지난 24일 오후 6시 유튜브에 올린 타이틀곡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가 9000만 건에 이른다. 내년 초까지 세계 16개 도시에서 열리는 월드투어 콘서트 표 79만 장 역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동났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 상위에 오른 건 예전에도 있었다. 1962년 ‘김 시스터즈’가 ‘찰리 브라운’이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해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올랐다. 김 시스터즈는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두 딸 김숙자·애자와 조카 김민자로 구성된 그룹이다. 미군부대에서 노래하다 미국인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59년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다. 그들의 기록은 꼭 50년 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2위에 오를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

김 시스터즈가 미국에서 코리아 신드롬을 일으켰고 싸이는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훨씬 막강하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서비스 팬 수와 SNS상에서의 노래 재생 수 등을 바탕으로 매기는 ‘빌보드 소셜 50’ 순위에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58주째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전 세계 SNS 세대에게는 방탄소년단이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증거다. 비단 젊은 SNS 세대만이 아니다. 유튜브에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표를 깜짝 선물로 받아든 각국 10대들이 감격해 울음을 터뜨리는 영상이 수두룩하다. 그런 동영상을 찍은 부모 또한 방탄소년단의 팬이 된다고 한다.

SNS 세대의 제왕인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을 내놓고 한층 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건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문화 한류가 뜨면 한국 상품이 잘나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경제 효과가 1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문화에서도, 경제에서도 방탄소년단은 ‘완소남’인 셈이다. 제2, 제3의 방탄소년단이 나오길 내심 기대한다.

그런데 이건 뭔가. 어제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신한류를 위해 대중음악 해외 홍보에 64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방탄소년단의 후계를 키우겠다는 목표다. 과연 대중문화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한류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면 방탄소년단 같은 그룹이 나왔을까. 지원하는 건 좋지만 그걸 빌미로 한류 스타를 키우는 과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