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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먼저 떠나보낸 106세 어머니…매케인의 최고 지지자 로베르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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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4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뒤 어머니 로베르타를 껴안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 [연합뉴스]

2008년 9월 4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뒤 어머니 로베르타를 껴안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 [연합뉴스]

올해 106세인 로베르타는 25일(현지시간) 81세의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미국 보수 정치의 거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로베르타의 아들이다.

매케인 의원이 별세한 날 미 잡지 ‘피플’은 그의 어머니 로베르타 매케인의 이야기를 게재했다.

매체에 따르면 로베르타는 아들이 뇌종양으로 투병한 사실과 연명 치료를 중단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매케인 가족과 가까운 한 인사는 피플에 “106세인 로베르타는 투지에 넘치는 인물”이라며 “아들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의 사망 뉴스를 전해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베르타는 정치인 아들에게 최고의 지지자였다. 매케인은 2008년 9월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 어머니 로베르타 매케인은 누구든지 자신의 기회를 나라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데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믿음을 나에게 심어줬다”면서 “어머니가 보여준 용기가 없었다면 저는 오늘 밤 여기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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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 96세였던 로베르타는 선거운동원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우리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고, 번영과 행복의 기회가 있는 나라를 원한다”며 “조니(존의 애칭)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전통과 높은 기준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연설했다.

피플지는 2007년 12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운동 기간 중 로베르타와 했던 인터뷰도 소개했다. 로베르타는 “베트남에서의 포로생활 말고도 조니는 이미 10번도 더 죽을 뻔 했지만 어떤 이유로 살아남았다”며 “이번 선거에 전 세계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들의 정치적 사명에 대한 굳은 믿음을 표현한 셈이다.

아들이 대선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엔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언론이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는 우호적이면서 내 아들에게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면서 “내 아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의 경제 책임을 떠안아 고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MSNBC의 앵커 키스 올버만을 가리켜 “당파적인 언론인들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그처럼 신랄해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로베르타가 106세 생일을 맞은 지난 2월 7일, 매케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더이상 의회에 출석하지 못하고 애리조나 자택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였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예감한 듯 그는 어머니의 일생이 담긴 1분 34초의 영상과 함께 이렇게 남겼다.

“나의 훌륭한 어머니 로베르타의 106세 생일을 축하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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