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지도 못하면서 “내년 일자리 예산 역대 최고치로 확대” 발표한 당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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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예산안 당정협의'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동연 부총리(왼쪽부터)가 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익표 수석부대표. 임현동 기자

'2019 예산안 당정협의'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동연 부총리(왼쪽부터)가 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익표 수석부대표. 임현동 기자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23일 “내년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고치로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날 국회에서 연 내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 협의 모두 발언에서다.

김 부총리는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보다 중요할 때”라며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작년에 만든 2017~2021년 국가재정계획보다 충분히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7.7% 이상 늘어난 462조 원 수준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정 협의에 따라 증가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당정은 특히 일자리 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합의했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고치로 확대해 민간 공공기업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일자리 예산 증가율은 올해 증가율인 12.6%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어린이집 보조교사를 1만5000명 늘리는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최대한 확충할 계획이다.

당정은 이날 내년부터 노인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5만원 인상키로 결정한 것과 연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장애인연금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당초 계획된 인상 시기는 2021년이었다. 아울러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해 예산을 200억원 반영하고,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 예산을 올해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 쓰지도 못한 지난해 일자리 예산

22일 서울소재 4년제 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학부 졸업생이 텅 빈 취업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22일 서울소재 4년제 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학부 졸업생이 텅 빈 취업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당정의 예산 대폭 확대 방침에 ‘예산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자리 예산의 경우 기존에 편성된 예산의 집행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을 검토하지 않고 예산 규모만 늘린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686억원이었으나 이 가운데 45.8%에 해당하는 314억원만 집행됐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매칭 방식으로 지원해 통장에 목돈 1200만원을 쌓아주는 사업이다. 또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1인당 연간 900만원씩 3년간 지급하는 추가고용장려금도 예산 45억원의 31.7%인 14억여원만 집행됐다.

당정의 발표 뒤 야당은 반발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자꾸 쉬운 길로만 가는데 이거 가지고 되겠느냐”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산업정책과 경제정책 프레임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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