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시장 … 피 말리는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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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 11일 서울 명동 던킨도너츠 매장의 점심 시간. 아늑한 인테리어에 편안한 소파. 언뜻 봐선 도너츠 가게인지 카페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커피만 마시는 손님이 꽤 된다. 이곳 점장은 "하루 방문 손님 가운데 40% 정도가 커피 손님"이라고 말했다.

#2. 맥도날드 서울 관훈점은 지난해 말 인테리어를 확 뜯어 고쳤다. 패스트푸드점의 상징인 딱딱한 의자를 들어내고 소파로 바꿨다. 바닥에 고정된 테이블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꿨다. 매장 안에 '커피 바(Bar)'를 마련해 카페라테.카푸치노 등 다양한 커피 메뉴를 팔고 있다.

외식업계가 앞다퉈 커피 장사에 나서고 있다.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커피 전문점에 맞설 정도로 투자를 하고 있다. 도너츠.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전문점까지 뛰어들었다.

우선'카페형'으로 매장을 쇄신하는 일을 맨 먼저 한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까지 서울 명동 등지 직영 매장 20곳을 카페식으로 바꾼 데 이어 올해는 80군데를 추가 개조할 예정이다. 이미 50여 곳에서 공사를 마쳤다. 맥도날드도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5곳의 매장을 고쳤다. 서울 청담점을 비롯 올해 안으로 19곳을 더 카페형으로 리뉴얼한다. 배스킨라빈스 역시 이미 8곳을 카페처럼 꾸몄다.

햄버거나 도너츠.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외국계 체인 매장의 인테리어는 작고 딱딱한 의자에 촘촘한 테이블을 두는 게 '정석'처럼 돼 있었다. 목좋은 매장에서 비싼 임대료를 물려면 회전률을 높이고 공간활용을 극대화는 수 밖에 없었다. 배스킨라빈스의 김상호 마케팅팀장은 "커피 고객을 잡기 위해선 매장을 편하게 꾸며야 한다"며 "1, 2월 판매 현황을 분석해 보니 카페형 매장의 평균 매출이 일반 매장의 2.6배나 됐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원두를 들여다 쓰는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다. 하겐다즈는 3년 전부터 이탈리아 '일리'커피를 전국 매장에서 판다. 맥도날드는 유럽에서 유명한 '라바짜'를 지난해 말 들여왔다.

외식업계가 커피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선'돈 되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소매 원두와 컵.병커피, 전문점 커피를 합쳐 2004년 말 현재 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인스턴트를 포함한 전체 커피 시장의 5분의1에 해당한다. 원두커피 시장이 전체의 50%에 달하는 일본보다 훨씬 낮은 비중이다. 문박사 커피연구소의 문준웅 소장은 "세계 11위 커피 소비국 치곤 원두커피 소비 비중이 낮다"며 "국내 원두커피 시장은 10년 안에 두 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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