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파워 드레싱'으로 한판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마거릿 베킷 영국 외무장관이 8일 미국뉴욕에서 처음 만났다. 옷 잘 입는 것으로 정평 있는 라이스 장관은 몸에 꼭 맞는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이며 편안한 스타일을 즐기는 베킷 장관은 통 넓은 바지 정장에 발목 높이의 부츠를 신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52)와 지난주 영국의 첫 여성 외무장관에 임명된 마거릿 베킷(63)이 8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 만나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초강대국 미국과 가장 긴밀한 파트너인 영국의 외교 수장을 동시에 여성이 맡았던 전례가 없었던 만큼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두 여성의 만남과 대조적인 이들의 스타일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0일 "두 장관이 함께한 사진을 보면 '파워 드레싱' 측면에선 라이스가 베킷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파워 드레싱은 지위와 영향력을 드러내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옷을 입는 것을 말한다. 1980년대 일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생겨난 경향이다.

신문은 라이스에 대해 "꼭 끼는 검은색 재킷에 앞이 트인 스커트를 입은 깔끔한 모습으로 힘을 보여줬으며, 새하얗게 드러나는 치아에 맞춘 듯한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가 개성을 더해줬다"라고 평했다. 또 "수퍼 모델 신디 크로퍼드 같은 몸매는 그의 지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섹시함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베킷에 대해선 "오랜 비행 시간으로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호박색의 펑퍼짐한 바지 정장과 발목까지 오는 부츠 차림이 격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는 느낌을 준다"라고 혹평했다. 라이스는 명품 브랜드인 '아크리스'의 정장류를 즐겨 입는 한편 베킷은 지역구인 잉글랜드 소도시 더비에 있는 작은 부티크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의 패션 에디터인 리사 암스트롱은 베킷에게 "국제무대에선 때로는 발언보다 사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 이제 스타일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를 위해 암스트롱은 헐렁한 바지 대신 몸에 딱 맞는 정장과 트렌치 코트 차림을 제안했다. 또 버버리.에피소드.예거 등 커리어 우먼을 겨냥한 우아하고 활동적인 이미지의 브랜드가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는 "큰 상처를 입은 동물 같다"고 악평한 뒤 "지저분한 부분을 커트로 정리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염색할 것"을 권했다.

AFP통신은 패션 취향만큼 다른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했다. 독신인 라이스는 매일 새벽 운동을 거르지 않으며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유명하다. 반면 베킷은 남편과 함께 캠핑카를 몰고 교외 나들이를 즐긴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