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치솟는데 은행 직원은 1%대 특혜대출...금감원 전수조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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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임직원에게 연 1%대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이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1일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시중은행 연도별 임직원 대출’ 자료를 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SCㆍ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은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3월 말 기준 7만2993건, 2조4996억6900만원 대출을 해줬다. 이 가운데 215건, 205억6800만원은 은행업 감독규정을 위반한 특혜 대출로 드러났다.

은행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 특혜 대출을 해온 것이 적발됐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중앙포토]

은행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 특혜 대출을 해온 것이 적발됐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중앙포토]

은행업 감독규정 제56조에 따르면 은행이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줄 때는 소액으로 한정된다. 일반자금 대출은 1인당 2000만원 이내, 주택자금 대출은 5000만원 이내, 사고금정리대출(직원이 낸 금융사고로 인한 대출)은 6000만원 이내로 한정한다. 은행원 한 사람이 중복해서 각각 대출을 한도까지 받을 순 없다. 일반자금 대출 2000만원이 있다면 추가 주택자금 대출은 3000만원(합산 5000만원 이내)만 가능하다. 일반자금 대출과 주택자금 대출을 5000만원까지 받았다면 사고금정리 대출은 추가로 1000만원만 받을 수 있다.

은행이 자사 직원에게 억대의 초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것은 은행업 감독규정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선 1억원이 넘는 대출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온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박용진 의원실에서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3월 말 기준 205억6800만원은 은행업 감독규정상 한도를 넘어선 고액 대출이었다.

특히 책정 금리는 연 1% 이상 2%대 미만으로 2%를 넘지 않았다. 일반인은 불가능한 연 1% 대출 특혜를 은행 직원들은 누려온 셈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올 3월 기준 소액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1%, 주택담보대출은 3.47%, 신용대출은 4.56%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연 3~4%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은행은 직원에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불과한 1%대 대출을 남발해왔다는 얘기다.

박용진 의원은 “연 1%대 대출은 서민들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혜택”이라며 “특혜가 맞다”고 밝혔다. 은행업 감독규정에서 허락하는 소액대출에서도 일반 서민과 은행 직원의 격차는 컸다. 무이자 대출(2건, 700만원)도 소액이긴 하지만 있었다.

은행업 감독규정을 위반한 연 1% 특혜 대출과 관련해 금감원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은행 임직원에 대한 특혜 대출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은행과 보험사가 임직원에게 연 0~2%대의 저금리 장기 대출을 해준 사실을 적발했다. 감독규정상 한도(일반 2000만원, 주택 5000만원, 사고금 6000만원)를 웃도는 대출의 경우 신규 대출부터 일반인 대상 대출과 같은 금리로 취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적발과 단속에도 시중은행은 임직원에게 연 1%대 특혜 대출을 계속해온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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