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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발언 김동연, "일자리 빠른 회복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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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기재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 기재위 상임위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동연 기재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 기재위 상임위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1일 “(일자리 부진 상황이)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잇따라 출석한 김 부총리는 “구조적이고 경기적인 측면, 정책적인 측면을 감안할 때 최선을 다하겠지만 빠른 시간 내 회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연말쯤이면 고용이 좋아질 것이라고 한 청와대 참모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부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한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청와대 참모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9일 열린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고용사항이 나아지는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말”이라고 답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최근 경제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말 연초가 되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과는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연말ㆍ연초가 되면 모든 상황이 좋아질 거니, 인내하고 기다리면 되나.
“고용이 큰 문제인데 구조나 경기적 요인, 일부 정책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문제가 복합적이다.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되면 좋아질 거라 낙관하기 어렵다고 이해하면 되나.
“빠른 시간보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장하성 실장과 견해가 다르다는 얘기가 시장에 많이 회자된다. 원인 진단과 문제 인식은 같나.
“일률적으로 같다, 틀리다 하긴 어렵다. 사회에 대한 인식, 원인에 대한 진단, 가야 할 큰 방향 등에선 인식이 같다. 시장과의 소통과 정책의 우선순위 등에서 방점을 어디 둘지는 서로 간에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윤영석 간사와 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소득주도성장 결과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김광림, 윤영석, 심재철 의원. [뉴스1]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윤영석 간사와 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소득주도성장 결과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김광림, 윤영석, 심재철 의원. [뉴스1]

김 부총리는 이날 “경제정책의 책임자는 본인”이라는 말도 여러 번 했다. 그는 장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안에 계신 스탭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지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압박하자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생계비 절감, 사회안전망 구축, 인적자본 투자 등을 모두 포함한 정책 패키지”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도 인정했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아파트 경비원을 감축하는 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문제때문이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큰 정책 방향은 가야하지만 시장 수용성, 시장과 호흡하는 측면에서 일부 짚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손 볼 여지도 열어뒀다. 그는 경제정책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과의 소통과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문제 같은 것이 국회와 의논해서 개선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31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대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서울 중구의 광교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31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대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서울 중구의 광교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김 부총리의 발언에 따라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선에 착수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개선 방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연장근무를 포함해 주간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어도 특정 기간(단위 기간)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현재는 단위 기간이 3개월이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에 합의한 상황이다. 관건은 단위 기간을 얼마로 정할지다. 자유한국당 신보라ㆍ추경호 의원은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단위 기간이 6개월이 적절하다고 수차례 밝혔다.
권호·윤성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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