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분규 갈수록 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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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학내분규로 40일째 학사마비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세종대가 원서접수를 3일 남긴 18일까지도 원서교부조차 못하고 있어 어쩌면 대학사상 처음 「입시를 치르지 못하는 사태」마저 우려된다.
세종대사태는 학내사태 해결을 둘러싼 학생·재단·직원노조 및 교수협의회 등의 입장이 각각 달라 현재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우려가 갈수록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학내사태가 심각했던 조선대의 경우 외부에서 원서교부 및 접수, 신입생 전형만은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세종대는 학교에 구심점이 없어 그나마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대 학내분규는 지난달 10일 학생과 직원노조측이 대학운영 전반에 걸친 재단의 전횡을 규탄하며 족벌재단 및 어용총장 퇴진, 대학행정 공개 등 23개항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학생과 직원노조측은 본관·강의실을 점거, 학사행정을 마비시켜왔으나 재단 및 학교측과의 협의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자 지난 l0일께부터 『재단 비리가 판치는 학교에 신입생을 받을 수 없다』며 원서 교부 및 접수를 저지키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교측은 우선 한일은행 본점 등 13개 지점망을 통해 원서를 교부하기로 했으나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원서교부 첫날인 17일 원서교부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학생들은 당초의 23개 요구사항을 수정, ▲학생·직원노조·교수협의회·보직교수 등으로 대학발전위원회 구성 ▲교수협의회·학생대표의 총장추천 거부권 행사 ▲3년간 장학금 6억원 지급 등 16개항을 15일 이중화학생처장 등 보직교수 4명과 합의했다.
그러나 재단측은 l6일밤 『대학운영이 교수·학생들에 의해 끌려다닐 수 없다』는 이유로 이 합의사항을 거부한데 이어 l7일 낮 재단측과 학생측의 재협상도 결렬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교외에서의 원서교부는 막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21일부터 시작되는 원서접수는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재단측은 사태발생 초기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원흥균총장과 주명건경영대학원장(주영하 재단이사장의 장남)을 퇴진시켰으나 더 이상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은 재단측이 교수협의회 및 직원노조의 실체를 인정하려하지 않기 때문.
직원노조측은 학생들과 거의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총장추천 거부권행사에 노조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조측은 재단측이 강의료를 아끼기 위해 지난 3월 시간강사 14명을 전임교수라고 문교부에 허위보고 한 사실과 86년 과학관을 증축하며 3억원을 유용한 비리를 폭로, 올바른 대학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족벌재단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교수협의회측은 17일 학생·교수 간담회를 가졌으나 학생과 직원노조·재단측에 합리적인 협상을 요구했을 뿐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문교부측은 현재 세종대재단 및 학교측과 연락조차 되지 않는 「통제불능」의 상태임을 인정하며 전기대 입시가 진행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엔 후기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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