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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종범도 인정한 '예비 타격왕' 이정후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에는 '소포머 징크스(sophomore jinx)'가 있다. 신인으로서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두 번째 시즌에는 부진을 겪는다는 '2년차 징크스'다. '야구 천재'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에게는 이 징크스가 먼 나라 이야기다.

넥센 이정후가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마친 후 배트를 들고 훈련장을 벗어나고 있다. 양광삼 기자

넥센 이정후가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마친 후 배트를 들고 훈련장을 벗어나고 있다. 양광삼 기자

이정후는 지난해 KBO리그 신인 최다 안타(179개), 최다 득점(111개) 등을 세우고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올해는 타율 0.378로 타율 1위에 올라있다. 양의지(31·두산 베어스·0.366), 김현수(30·LG 트윈스·0.364), 안치홍(28·KIA 타이거즈·0.362)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역대 최연소 타격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재 KBO리그 최연소 타격왕 기록은 지난 2008년 김현수(당시 두산)가 세운 20세다.

아울러 이정후가 계속 타율 1위를 유지한다면 KBO리그 최초로 '부자(父子) 타격왕'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48) 대표팀 코치는 지난 1994년 해태 시절 타율 0.393로 타격왕에 올랐다. 부자 타격왕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성인 대표팀 첫 태극마크를 단 이정후. 양광삼 기자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성인 대표팀 첫 태극마크를 단 이정후. 양광삼 기자

이정후의 화려한 기록에 결국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는 이정후의 이름이 없었다. 당시 선 감독은 "마지막까지 이정후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손아섭과 김현수·김재환 등 주전 외야수가 모두 좌타자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좌타자다.

그런데 이정후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마음먹은 대로 이정후는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 1위까지 꿰찼다. 선 감독은 우타자 박건우가 부상을 입었는데도 좌타자 이정후를 대체 외야수로 발탁했다.

선 감독은 "현재 몸 상태와 KBO 리그 성적, 컨디션 등을 고려해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최종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후도 "최근 성적이 좋아서 (대표팀 대체 선수 발탁을) 조금 기대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정후의 타격감은 무서울 정도다. 이정후는 지난 6월 왼 어깨 부상으로 한 달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7월 19일 복귀했는데, 7월 11경기에서 타율 0.419를 기록했다. 폭염이 절정이었던 8월에는 13경기에서 타율이 0.532로 상승했다. 이정후를 안 뽑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종범 코치도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화보]이종범-이정후,다정한 대표팀 훈련

[화보]이종범-이정후,다정한 대표팀 훈련

[포토]이종범(오른쪽)-이정후,부자가 나란히 시상식

[포토]이종범(오른쪽)-이정후,부자가 나란히 시상식

이정후는 좌투수에 약한 게 아쉬웠다. 지난해 우투수 상대로 타율 0.341, 언더핸드 투수로는 타율 0.375를 기록했다. 하지만 좌투수에게는 타율 0.280으로 낮았다. 그런데 올해는 좌투수 상대 타율이 0.398로 제일 좋다. 우투수 상대는 0.369, 언더핸드 투수는 0.372로 역시나 잘 친다. 거기다 시즌 후반기에도 체력 저하가 없다. 종아리·어깨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오히려 체력을 비축한 셈이 됐다.

이정후는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로 아버지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그는 "선배들을 따라서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2월 휘문고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문한 이정후는 아직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았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야구 대표팀은 18일 소집돼 22일까지 서울 잠실구장에서 훈련한다. 그리고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한다.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와 함께 B조에 편성된 한국은 26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대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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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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