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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바람의 손자’ … 넥센 바람 좀 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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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부상에 시달렸던 지난해 신인왕 넥센 이정후는 복귀와 함께 위력적인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상에 시달렸던 지난해 신인왕 넥센 이정후는 복귀와 함께 위력적인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가 돌아왔다.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두차례나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최근 복귀한 뒤 타격 감각은 한여름 더위처럼 뜨겁다. 이정후에겐 적어도 ‘2년 차 징크스’는 남의 말처럼 들린다.

잇단 부상 딛고 다시 돌아온 이정후 #올 시즌 90안타, 출루율 0.411 #아시안게임 대표팀서 아쉽게 빠져 #5위 넥센의 가을야구행 전망 밝혀

지난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정후는 KBO리그 신인 최다 안타(179개), 최다 득점(111개) 기록을 세우면서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올해도 주전 외야수로 나서서 5월 중순까지 타율 3할대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이정후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지난 5월 14일 왼 종아리 근육 미세손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16일 동안 재활 훈련을 한 뒤 1군에 복귀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19일 어깨를 다쳤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도중 3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 어깨를 다친 것이다.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은 이정후는 한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지난 19일에야 1군에 돌아온 이정후는 “야구를 시작하고 부상으로 이렇게 오래 쉰 건 처음”이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종아리가 다쳤을 때는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TV 중계로 경기를 보면서 ‘내가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란 생각에 복귀를 서둘렀다”면서 “그런데 종아리에 이어 어깨를 다치면서 마음을 비우자는 생각을 했다. ‘마음 놓고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야구 경기도 안 보고 시원한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도 봤다”고 말했다.

푹 쉰 덕분인지 6주 진단을 받았던 이정후는 4주 만에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 이틀 만인 지난 2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실력은 여전하지만, 다시 부상을 당하는 건 아닌지 코칭스태프는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후는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원래 무덤덤한 성격이라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일단 통증이 없어서 1군에 복귀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뽑히지 못했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왼손 타자 이정후 선발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손아섭과 김현수·김재환 등 주전 외야수가 모두 좌타자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복귀는 한여름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넥센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출루율 4할이다. 180안타도 치고 싶었는데,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안타를 많이 쳐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데 일조하는 게 남은 시즌 목표”라고 했다. 이정후는 24일 현재 타율 0.341, 90안타, 출루율 0.411를 기록하고 있다. 넥센은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만화 H2.

일본 만화 H2.

야구밖에 모르던 이정후는 쉬는 동안 신나게 놀면서 게임과 만화에 푹 빠졌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일본 야구만화 ‘H2’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구 만화를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H2 만화에서 어떤 인물이 가장 좋았냐’고 묻자, 이정후는 “히로가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다. 승승장구하는 타자 히데오보다 힘든 길을 걷는 투수 히로를 꼽은 건 의외의 선택이었다. 타고난 재능에만 의지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을 쟁취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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