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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밀치고 원장은 극단적 선택…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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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보육교사 2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들은 5∼7월 남동구 한 어린이집에서 3∼5세 원생 9명의 머리를 때리거나 밀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같은 날 물 흘렸다는 이유로 아이를 넘어뜨리고 엉덩이 부위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어린이집교사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는 넘어지는 과정에서 입술 안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3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32·여)씨는 “불안해서 어린이집만 다녀오면 아이 얼굴과 몸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2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친정어머니가 봐주고 있지만 이것도 장시간 노동이라 곧 어린이집에 맡길 예정이다"라며 "보내 놓으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변 조언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서울 화곡동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 관련 긴급체포된 보육교사 김모씨가 지난달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화곡동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 관련 긴급체포된 보육교사 김모씨가 지난달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 사건이 비극으로 치닫는 일도 일어났다. 지난달 9일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를 받아온 평택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차를 타고 방조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 안에서는 원장이 남긴 A4 용지 반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원장은 “심적 고통이 심하고 학부모가 무리한 금액을 요구했다"며 "학부모가 처벌받게 해 달라"고 유서에 적었다.

해당 학부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학대당한 아동의 어머니 B씨는 "발달이 느리고 말을 아직 못하는 아이가 차별받으며 학대당했다"며 "아이가 학대당하는 모습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이어 B씨는 "금전 요구를 한 적은 없다"며 "이 일로 아이 갖고 장사한다는 악플에 시달리며 아이도 부모도 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씨의 남편은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달 9일 오전 원장을 찾아가 추가 학대 확인을 위해 60일치 CCTV 영상도 공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영상은 현재 없어져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평택경찰서는 해당 아동학대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으로 송치한 상태이며 검찰 수사 중이다. 유족 측은 해당 학부모를 따로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아동학대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벌어지는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아동학대 방지협회 카페에 한 네티즌은 평택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언급하며 “법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어린이집대로 학부모대로 억울한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양측 매뉴얼이 명확했다면 이런 비극 없이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아동학대 의심 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며 "따로 공통되는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해당 지자체에서 단계별로 조사한다"고 말했다. 김명자 보육교사연합회 회장은 “어린이집을 서류로만 검토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현장의 관리 감독을 더욱 확실히 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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