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한국산 大魚'입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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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축구 J리그 구단들이 한국 유망주들을 노리고 있다. 20대 초반인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주 공략 대상이다.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올림픽대표팀 한.일전을 취재하러 온 일본 기자들에 따르면 감바 오사카 등 5개 구단이 조재진(22.광주)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구단은 스카우트를 파견했다고 한다.

매끄러운 게임 리드와 칼날 패스가 장기인 김정우(21.울산)와 재간 넘치는 미드필더 김두현(21.수원)도 영입 1순위로 꼽힌다.

조재진은 지난 7월 23일 도쿄에서 벌어진 한.일 올림픽대표 평가전에서 폭넓은 움직임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주목받았다. 미드필더진이 좋고 수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J리그에서 '폭발력 있는 스트라이커'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는 1999년 24골로 득점왕에 오른 황선홍(당시 세레소 오사카), 현재 공격진을 이끌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독수리'최용수(제프 이치하라) 등이 있다. 내년 1월 상무에서 전역하는 조재진은 원 소속팀인 수원에서 한 시즌을 뛰면 자유계약 선수가 된다.

김정우의 경우 올해 초부터 꾸준히 J리그 쪽에서 영입 의사를 타진해 왔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정우는 패스의 질이 좋은 데다 강한 수비력과 슈팅력까지 갖춰 J리그 팀들이 호감을 갖고 있다. 구단에서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풀어주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J리그에서 국내 유망주들을 싹쓸이할 경우 K-리그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팬들도 "수준이 높지도 않은 J리그에 돈으로 팔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K-리그의 공동화(空洞化) 현상도 우려된다"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행 K-리그 규정에 따르면 국내 구단이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할 경우 원 소속팀에 이적료를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해외 리그로 이적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올해 초 고종수(수원)가 교토 퍼플상가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고종수의 에이전트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23세 이상 선수는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종수는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형식으로 J리그에 입성했다.

국내 구단들은 "거액을 들여 스카우트해 애써 키워놓은 선수를 이적료 한푼 못 받고 일본에 내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한.중.일 3국이 자국 리그를 보호하기 위해 이적에 관한 규정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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