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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코인 강행한다는 신일그룹 새 회장도 가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또 가짜 회장 내세워 보물선 투자자 현혹, 투자금 일부 유흥비로 탕진 의혹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침몰한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와 관련해 7일 서울 여의도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침몰한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와 관련해 7일 서울 여의도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관련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지범 전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이 자신을 대신해 새롭게 내세운 인물이 실제로는 이번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 9일 새롭게 선임된 송명호 회장 명의로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 투자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송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돈스코이호 인양은 앞으로 싱가포르 신일그룹에서 직접 진행하며, 관계 당사국에 공동인양 공식 요청 등을 통해 소유권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양 허가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며, 관계 당사국 학자와 교수, 관련자분들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또 메시지에서 암호화폐인 신일골드코인과 관련해 “해외 서버 이전 및 새로운 홈페이지ㆍ거래시스템ㆍ백서 등을 15일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며 ”자체 상장 및 해외 상장은 9월 초중순까지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함께 추진할 해외법인과 한국법인도 추가로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신일그룹 새 회장 송씨도 가짜..실제 인물은 미국에 거주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할 결과 새롭게 회장직을 맡은 송씨는 유 전 회장이 내세운 가상의 인물이거나 자신이 과거에 알던 지인의 이름만 빌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자세히 알고 있는 유 전 회장의 한 지인은 “송명호라는 인물은 과거 유 전 회장이 사업 과정에서 알던 인물과 이름이 동일하다”며 “송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보물선 관련 사업과는 무관한 사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씨는 항공기 정비사 출신으로 과거 유 전 회장과 알고 지내다 금전적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송씨는 유 전 회장과 암호화폐 사업을 함께 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사기 피해를 본 인물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을 실체를 쫓고 있는 경찰 역시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유 전 회장이 가짜 회장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내부 제보자들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이번 보물선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송씨 외에도 박성진 홍보팀장, 김한기 법무팀장 등 자신이 과거에 알던 지인들의 이름을 빌리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경찰의 집중 추적 대상에 오르자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송씨라는 인물을 회장으로 내세워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회장 측근들 유흥비 등으로 6억원 넘게 탕진 의혹

한편 보물선 투자금의 규모와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최근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이 투자금의 일부를 무단 인출해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계좌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측근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일골드코인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한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서의 핵심 인물인 H씨 등이 투자금 중 6억원이 넘는 돈을 개인경비와 유흥비 등으로 흥청망청 써 온 사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H씨 등은 투자금을 자신의 계좌가 아닌 가족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빼돌렸다고 한다.
또 경찰은 유 전 회장 역시 베트남 도피 이후에 주로 자신의 누나인 류상미 전 신일그룹 대표와 베트남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친형 류모씨 등 가족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금전 거래를 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경찰은 한 달 전쯤 베트남에 함께 있는 친형 류씨가 호찌민에 술집을 추가로 열어 운영하고 있다는 관계자 진술 등에 따라 여기에 들어간 비용 역시 보물선 투자금 중 일부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려하던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류 전 회장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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