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외정책 어떻게 펼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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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년 전 「지미·카터」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 인플레는 두 자리 숫자였고 군사력은 대소우위를 상실했으며 이란대사관 직원 인질사건으로 국민 자존심은 바닥에 떨어졌다. 새로운 백악관 주인 「로널드·레이건」은 많은 사람들 눈에 너무 게으르고 무식하게 비쳤다.
그러나 「레이건」은 몇 가지 정책에 명백한 업적을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경제성장이 60개월 째 지속, 미 역사상 최장기록을 수립하고 국방력강화와 동서화해를 이룩했으며 「호메이니」의 수모를 거부했다. 그의 인기는 현재 「루즈벨트」이래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후임자에게는 심각한 난제들을 남겨놓고 떠난다. 이의 해결성패가 미칠·영향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이 「조지·부시」대통령 정책 향배에 쏠리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최대과제는 무역적자와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재정적자의 해소다. 세출을 줄이든가, 세입을 늘리든가, 두 가지를 모두 실천 하든가 선택을 해야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레이건」이 미국을 외채의 산더미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아직까지는 미국의 키가 계속 커 보이지만 조만간 붕괴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레이건」의 국방비 지출은 거의 무제한적이었고 농가보조금지급은 유례없이 높았다. 월 평균 1백억 달러 이상 외채를 끌어들여 재정적자를 메워왔다.
다음 대통령은 매우 실용적일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인기와는 거리가 먼 어려운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레이건」은 미국의 과거 영광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다소 고풍스런 대통령의 이미지를 즐길 수 있었지만 후계자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재정적자 해결방안으로서 세금인상에 대해 「부시」는 「레이건」못지 않게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낭비성 세출을 삭감, 물가상승 수준으로 억제하고 경제성장정책을 추진, 세입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무역적자해소와 관련, 「부시」는 수입규제보다는 수출증가정책을 선호한다.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무역상대국의 시장폐쇄 및 불공정 관행이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 약세도 지속해야겠다는 견해다.
특히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제임스·베이커」는 재무장관시절 달러화를 약화시키는 국제협력을 강력히 추진했고 아시아 신홍공업국(NICS)에 대해 환율압력을 집요하게 펼쳤던 인물이다.
「부시」행정부에서 수상 같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커」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차장으로 있던 「리처드·더먼」을 연방예산국장 같은 자리에 앉혀 국내·외 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와 마찬가지로 「베이커」도 강한 이데올로기의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부시」가 좀더 온건 쪽 이미지가 분명한 반면 「베이커」는 극히 실용주의적이다.
환율정책 등 그의 재무장관시절의 경제위주의 대외정책이 국무성 대외정책에 어떤 형태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전통적으로 국무성 외교정책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쌍무적. 정치적 고려 등으로 인해 보다 포괄적이고 신중한 경향이었으나 「베이커」의 실용주의로 영향을 받게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문제와 달리 외교정책에 관해 「부시」는 자신의 풍부한 외교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역할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부시」의 대외정책이라는 게 「카터」행정부를 제외한 과거 30여 년간의 미 정책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중거리 핵무기 (INF) 철거협정체결을 「레이건」행정부의 주요업적으로 평가하며, 전략핵무기 50%감축 협상추진을 지지하며, 전쟁 억지력 유지를 위해 우방의 협조를 얻어 재래군비를 유지하는 것 등이 안보에 대한 「부시」의 입장이다. 소련과 아울러 중국은 「부시」외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중남미에 대한 「레이건」행정부의 평화·자유지지정책은 그대로 답습될 것이며, 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회장악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국내·외 정책에 관한 대「부시」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은 최소한 집권 후 상당기간동안 강한 친화력과 타고난 설득력을 활용, 공중조기경보 통제 시스팀(AWACS) 등 의회가 반대하던 일을 관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시」와는 영월기간마저 생략될지 모른다는 저기압이 의회에 조성돼 있다. <끝><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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